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봄날의 계획들 본문
엄마와 삼시세끼를 함께 하는 일은 무척 재밌다. 엄마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서는 반찬을 만들어 대접한 후 엄마가 흡족해 하시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 봐야 된장찌개, 김치찌개, 미역국, 떡국, 오이무침, 계란프라이, 비빔밥 정도지만 엄마는 매번 그것들을 맛있게 잡수신다. 그건 아마도 음식 자체가 맛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아들이 해준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도란도란 아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많지 않은 엄마로서는 최근 나와 함께 지내는 이 시간들을 식사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이시는 게 틀림없다.
날이 좀 더 풀리면 엄마와 함께 산책도 하고 싶다. 가끔은 새털처럼 가벼워진 엄마를 업고서 공원을 걷고 싶다. 그렇게 함께 길을 걸으면 엄마는 분명 "이제 됐으니 내려 다오." 하며 아이처럼 천진하게 웃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봄볕 아래 마냥 걷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 사랑해요.
늦은 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지개 켜는 새순들의 하품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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