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비 내리는 월요일 본문
어머니는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해 가고 있다. 식사량도 많이 늘었고 혈색도 좋아지셨다. 아직 다리의 힘은 없으시지만 목욕탕을 가시거나 집 안에서의 보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나님께서 아직은 당신을 데려가실 때가 아니라서 살려주신 것 같다는 말도 간간이 하셨다. 홀쭉했던 얼굴에 살도 붙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봄날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노인들의 건강은 하루조차 예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머니의 의지와 이전에 쓰러졌던 기억을 복기해 보면 어머니는 당분간 무탈한 모습으로 생활해 나갈 것이다. 시간과 계절이 회복을 돕고 어머니께서 믿는 하나님께서 붙들어 주시며 본인의 의지가 보태진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렀다. 후배가 여행를 다녀오면 사왔다는 담배를 전해받기 위해서였는데,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무실을 정리하며 가장 걱정되었던 것이 그간 기르던 화초의 안부였는데, 오늘 와서 보니 그래도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내가 후배들에게 단단히 일러놓은 탓도 있지만 화초들 자체가 워낙 생명력이 강한 녀석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킬라들은 심지어 일제히 파릇한 새순을 내밀고 있었다. 녀석들도 봄이 온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대단하다. 끝까지 지켜주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구월동 나올 때마다 틈틈이 챙겨야겠다.
시 쓰는 후배 설야의 동생이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부고를 받았다. 설야는 지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혈육을 잃은 셈이다. 후배의 삶이 얼마나 처연했는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부고를 받았을 때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 생전, 동생은 무척이나 삶을 버거워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말 그랬던 거라면 죽음의 이유와 방식이 어떻든 나는 그녀를 연민한다. 그녀를 쉽게 받아들여 주지 않았던 그악스런 이승을 벗어나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평안하기를 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의 공무원시험 합격 소식 (0) | 2018.03.21 |
---|---|
신포동에서 구월동까지 (0) | 2018.03.20 |
봄날의 계획들 (0) | 2018.03.18 |
바람의 집 (0) | 2018.03.17 |
엄마, 다시 성경공부를 시작하시다 (0) | 2018.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