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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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괜찮았는데 지난 밤 술을 마셔서 그런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허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정작 접질린 다리는 붓기도 내리고 걸을만 해졌는데 허리 통증은 더 심해진 거다.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오늘은 집에서 쉬겠다고 말해놓고 하루 종일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그릇 세트를 구입했다며 동생이 집을 찾았다. 퍼머를 하기 위해 미장원엘 다녀오는 어머니는 허기가 져서 간신히 집까지 왔다며 무척 피곤해하셨다. 미장원 가는 어머니와 동행했던 누나도 오셔서 집 옆 중국집 '전가복'엘 가서 중국음식을 먹었다. 잡채밥을 시킨 어머니는 밥 한 톨 남기지 않으시고 모두 드셨다. 정말 시장하셨던 모양이다. 볶음밥을 먹을까 하다가, '전가복'은 짜장면이 유명하는 말을 들은 바 있어서 짜장면을 시켰다. 면이 쫄깃하고 짜장은 느끼하지 않은 게 전가복만의 내공이 느껴졌다. 커피를 마신 동생이 돌아가자 어머니도 방에 들어가셔서 한 숨 주무셨다. 나도 자고 싶었지만 눈만 무거울 뿐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영화를 보기 위해 거실 큐션을 베고 누웠을 때 조각잠이 간간히 찾아왔지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소리가 잠결에도 들린 걸 보면 잠을 잤다기보다는 졸았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암 투병 중인 후배는 자꾸만 까라진다며 자신없어 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육체적인 문제도 문제려니와 정신적으로 매우 나약해진 듯 싶어서 걱정이다. 어머니의 기도 속에서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호명되고 있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환자 본인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데, 오랜 투병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선배로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 나를 슬프게 한다. 하나님의 보살핌 안에서 하루 빨리 쾌차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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