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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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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비현실적인 하루

달빛사랑 2017. 6. 25. 21:30


비는 예보대로 내렸지만 해갈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나마 펄펄 끓는 대지를 잠시나마 식혀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지 선풍기를 틀지 않으면 몸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허리 통증은 어제보다는 많이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구부리면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속상해 하실까 봐 어머니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몸을 곧추 세워 걸었다. 하지만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찡그려지는 얼굴까지 숨길 수는 없어서 몇 번은 통증을 들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표정 또한 어두워졌다. 그래서 나는 내 방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았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읽다가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책은 오후 내내 방치됐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컨디션이 도무지 회복되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텔레비전만 보았다. 골치 아픈 뉴스는 보기 싫어서 가벼운 쇼 프로그램만 보았다. 어느 순간 내가 무척 멍청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일기 쓰기가 민망할 정도로 오늘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차라리 어머니와 긴긴 대화라도 나눠줬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 운동을 가야지. 그러려면 통증이 가라앉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익숙한 하루가 비현실적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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