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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임 그리고 아트플랫폼 직원채용 심사

달빛사랑 2017. 6. 14. 21:00

어머니께서 살아오신 삶의 이력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조촐하고 소박한 모임이었습니다. 며칠 후 생신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형제들이 모여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뭘 드시고 싶어요.”라고 물을 때마다 난 아무 거나 괜찮아. 너희들 좋은 거 먹어.”라고 대답하곤 하셨던 어머니께서 이번에는 소고기나 먹지 뭐.”라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메뉴와 식당을 고르는데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요. 오물오물 고기를 씹어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좋아하지 않으실 거야.’라는 지레짐작을 하고 고기 드시러 가자고 말씀드린 지가 너무 오래되었더군요. 아들인 수현이는 기말고사 시험 때문에, 그리고 조카들은 학교 때문에 참석하진 못했습니다. 큰조카 민규는 얼마 전부터 시험관 아기를 갖기 위해 병원을 찾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자기 아들 쪽에 문제가 있어 아이를 갖지 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매형이 질부에게 만만찮은 눈칫밥을 준 듯합니다. 조카 민규도 성정이 맑고 착한 아이지만 질부 역시 가녀린 체구로 피자집을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무척 착한 여성이지요. 아이를 없을 경우 며느리들은 괜스레 주눅이 들어 죄인 아닌 죄인처럼 살아가야 하는 건 봉건시대나 현대 사회나 매 한가지인 듯합니다. 아이가 없는 이유가 차라리 조카 민규에게 있다는 사실이 나는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4, 아트플랫폼 직원 채용을 위한 최종면접 심사에 참여했습니다. 최종 심사에는 두 명의 젊은이가 올라왔습니다. 두 명은 공교롭게도 무척 다른 성향을 보였습니다. 한 명은 무척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고 다른 한 명은 다소 내성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자는 맡겨진 일은 성실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 지원단체인 아트플랫폼의 직원에게는 독자적인 사업 기획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맡겨진 일만 잘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먼저 제출한 자기소개서나 면접 30분 전에 제시한 두 개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반면 후자는 음악을 전공한 친구인데 외모도 그렇고 말하는 태도도 그렇게 무척 조용한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업무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자기 나름대로의 원칙과 소신이 있더군요. 제출한 자기 소개서도 훌륭했고 제시한 문제에 대한 답변도 풍부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오늘의 현실을 감안할 때 둘 중의 한 명을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은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심사위원 3명은 어쩔 수 없이 두 명에게 서로 다른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대표이사가 최종 선발을 하게 될 겁니다. 심사의원들의 의견을 대표이사가 뒤집은 경우는 없기 때문에 아마도 제가 높은 점수를 준 친구가 합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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