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인문학 제2강좌 개강 본문
나름 열심히 준비했는데, 강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석하진 못했어요. 전날 과음을 했다는 둥 시간을 착각했다는 둥 약속이 있는 줄 깜빡했다는 둥 출석하지 못한 이유는 다양했어요. 하지만 이유는 단 하나, 애정이 없었던 것이겠지요. 민예총에서 집요하게 연락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거고요. 하긴 자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인문학이 과연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어요. 실용적이지 못한 인문학보다는 사진이나 켈리그라프, 가죽공예나 시 창작과 같은 강좌가 훨씬 시민들에게는 흡입력이 있는 강좌였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의 환금성이나 활용도가 없어도 인문학이 세상을 조금씩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참석 약속을 하고 오늘 불참한 수강희망자들이 다음 시간에는 반드시 참석하겠다고들 하니까 일단은 믿어볼 생각입니다. 양질의 강좌를 무료로 개설하는 우리들의 진정성을 알아줄 날이 있을 겁니다.
강좌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할 때, 인천의 고등룸펜인 인과 유가 합석을 했는데, 불청객인 이 친구들은 오자마자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는 흰소리만 찍찍해대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 모든 이들의 힐난 속에서 그 친구들의 ‘수거’ 책임을 맡은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낮술을 먹을 수밖에 없었지요. 아주 지긋지긋한 친구들이에요. 아, 물론 술이 원수지 천성은 착한 후배들입니다. 나도 술에 취하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반면교사 타산지석을 삼고 있긴 한데, 그렇다면 그 후배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나의 스승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간신히 술자리를 정리하고 그들을 보낸 후,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들고 간신히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에서는 노트북을 쓸 일이 많아서 데스크톱 컴퓨터는 집으로 가져가기로 한 것이지요. 어쨌든 다소 아쉬움이 남은 개강이었지만 강좌에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그나마 그것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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