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화수부두를 찾다 본문
후배 시인 조혜영의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화수부두를 찾았다. 오늘은 정말 술을 삼가고 일찍 귀가해 글을 쓰려고 작정했는데, 지난 제주도 여행 이후 혜영이를 본 지도 오래되었고 병걸이 내외와 혁재도 그 자리에 나온다고 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수부두를 찾은 것이다. 재작년 여름 이후 오랜만에 찾은 화수부두다. 일대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바닷가에 즐비했던 회집들은 모두 철거되거나 실내로 들어갔고, 이전에 없었던 버스 정거장이 새로 생겼다. 저녁 어스름이 몰려오는 바다는 을씨년스러웠다. 인적이 없어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혜영이의 단골 회집으로 들어갔더니 이미 다양한 안줏거리들이 세팅되어 있었다. 광어회, 병어, 간자미회, 소라, 꽃게, 꼴뚜기, 주꾸미, 우엉무침,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등등 외관상으로 무척이나 푸짐해 보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손병걸 시인을 위해 혜영이가 김치를 담가주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병걸이가 회를 사기로 한 자리였는데, 혜영이는 김치를 담는 김에 내 것도 담갔다면 겉절이 한 팩과 무김치 한 상자 그리고 집에서 담근 된장을 가져와 내게도 주었다.
구월동으로 이동해 갈매기에 들렀더니 연극하는 후배 화정이와 황석광 변호사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김영빈 기자도 눈에 들어왔다. 불타는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술집은 자리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화수부두에서 먼저 이동한 병걸이의 안사람이 차편으로 옮겨둔 김치만 찾아서 귀가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또 선착해 있던 일행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취하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무거웠다. 이번 주는 이상하게 연속적으로 술자리다. 그나저나 화정이와 석광이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처음 봤을 때는 부조화스러웠는데, 오늘 보니까 제법 잘 어울리는 커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약간 질투도 났다. 이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원. 피곤하다. 꿈꾸지 말고 숙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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