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우발적 음주 본문
교보문고로 주문한 책을 받으러 가며 무심코 오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점 갈매기 앞을 지날 때 매일 그곳에 일수를 찍고 있는 오군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군은 그곳에서 주인장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웬일인지 술집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나중에 조군과 그의 아내가 합석을 했다. 서울 교대 앞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조군 부부는 매일 퇴근할 때마다 이곳을 들리는 단골들이다. 참으로 믿음직하고 의리가 있는 조군을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날개만 없지 천사의 어퍼컷을 쳐도 무방할 만큼 품성이 곱고 어진 후배다. 술값은 4만 원. 내가 계산했다. 돌아오는 길, 유쾌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기분 좋게 취했는데도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즉흥적인 내 행동의 오랜 패턴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때마다 느끼는 기분이다. 건강도 생각해야 하고, 처리해야 할 일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술에 관한 한 나는 쉽사리 굴복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여름 밤, 어쩌겠는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씻고 잠이나 자자.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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