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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세계 여성의 날, 울화의 근원 풀려나다 (3-8-토, 맑음) 본문

일상

세계 여성의 날, 울화의 근원 풀려나다 (3-8-토, 맑음)

달빛사랑 2025. 3. 8. 23:35

오늘은 한국작가회의 총회가 있는 날이고, 117번째를 맞는 여성의 날이며, 탄핵 촉구 시민행동의 날이기도 했다. 날씨는 포근하고 맑았다. 친구들은 산에 갔고, 문우들은 총회에 갔으며, 동지들은 집회에 참석했다. 나는 어제 늦은 밤에서부터 오늘 새벽까지 유튜브에서 ‘양자물리학’과 ‘테세우스의 배’에 관한 강의를 듣느라 잠을 못 자서 느지막이 일어났고 종일 피곤했다. 결국 아무 데도 안 가고 집에서 영화나 보고 가끔 운동하고 과식하며 죄스러울 정도로 편안하게 보냈다. 끝내 뉴스는 보지 않았다. 아니, 보지 못했다. 큰 용기(?)를 내서 시청해 보려 했으나, 화면 가득 비열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꼴보기 싫은 악마의 얼굴이 자꾸 나타나 가슴이 턱 막히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서 이내 뉴스 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는 세상이 뭔가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날, 그 축제의 밥상에 슬며시 숟가락을 얹게 될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오늘 나의 모습은, ‘그날’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양심적 시민들의 성과에 무임승차 하는 얌체족이었고, 피곤하고 힘이 드는 현장에는 안 나가고 희생이 필요한 실천에도 게을렀다가 벅찬 기쁨에는 숟가락 얹는 아주 얄미운 소시민이었다. 골치 아프고 스트레스 쌓인다고 뉴스도 안 보고, 현실을 외면한 채 그저 판타지 영화, 가벼운 유튜브 영상이나 감상하면서 천금 같은 시간을 낭비하며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면서 이곳저곳 소식들이 SNS에 올라왔다. 총회는 예상대로 진행되었고, 여성의 날 행사는 분노 속에서 치러졌으며 탄핵 촉구 집회는 윤이 감방에서 석방되는 바람에 맥이 빠졌다. 물론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살판났고, 여당인 국힘은 허접한 몽니에 날개를 달았다. 파렴치한 인간 하나가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A부터 Z까지 모든 걸 보여주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보며, 나 같은 얌체족조차 마음이 불편하고 부아가 치민다. 어쩌면 나의 작은 실천이 더해지지 않아 퇴행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나처럼 현실을 회피하며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지낸다면, 무도한 세상은 더욱 파렴치해지겠지. 부끄럽지 않은가?

 

그럼에도 염치없는 소원 하나 빌자면, 오늘은 여성의 날, 부디 여성과 모성의 힘으로 세상의 지리멸렬함을 끝장내주었으면 좋겠다. 고귀한 여성의 노동, 숭고한 모성을 부정하는, 그래서 여성가족부조차 폐지해 버린 이 무도한 정권, 그 핵심들을 매몰차게 응징해 줬으면 좋겠다. 자식에게 회초리를 들 듯, 자식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악한 세력을 물리치듯 저들을 몰아내 주었으면 좋겠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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