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겨울의 심장 (1-15-월, 맑았다 흐림) 본문
오랜만에 박 비서실장을 만나 함께 점심 먹었다. 소통협력실장이 새해를 맞아 마련한 점심 자리에 박 실장도 부른 것이다. 그는 염색하지 않은 하얀 머리로 나타나 처음에는 몰라 봤다. 흰머리가 멋스러워 보였다. 건강도 많이 좋아져 얼마 전에는 동료 정년퇴임 축하 자리에서 소주도 한 병 마셨고, 담배도 한 대 폈다고 한다. 나는 눈을 흘기며 "그럼 안 돼요"라고 말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면 가장 먼저 몸이 반응했을 것이다. 집에서는 절대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임도 자주 갖지 않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건 없다는 그의 말을 나는 믿기로 했다.❚ 메뉴는 녹두 삼계탕,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가격은 그 사이에 천 원이 올라 15,000원이었다. 점심시간이면 매번 북적이던 집이었는데, 오늘은 무척 썰렁했다. 식사를 마치고 소통협력실장은 오후에 출장이 있어 먼저 들어가고 박 실장과 나, 보운 형은 단골 찻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바람이 무척 찼다.
오후에는 치과에 들러 새로 만든 아래 윗니 임시치아를 착용했다. 통증은 없었으나 무언가를 씹을 때는 무척 어색했다. 적응이 안 된 상태라서 그런 건지 교합의 문제인지 알 수 없으나 며칠 견뎌보다 너무 어색하면 병원을 찾을 생각이다. 그래도 웃을 때 윗니가 입술에 가려져 할아버지 같았는데, 새로 만든 임시 치아를 착용했더니 말하거나 웃을 때 윗니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 얼굴 같아 보였다. 집을 찾은 누나에게 물어봤더니 "그럼, 훨씬 낫지. 들인 돈이 얼마인데. 아직 처음이라 그럴 거야" 하며, 전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고 말해 주었다. 근데 왜 내 눈에는 이토록 어색해 보이는 것일까. 아직 임플란트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게 아니라서 그런 걸까? 나중에는 한 십 년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맞다. 누나 말대로 들인 돈이 얼만데.....
올 겨울의 느낌은 무척 색다르다.
나의 시간은 흐르지 않고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겨울의 심장 근처를 지나고 있다.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린다.
아직 건강하구나, 겨울. 너를 닮고 싶다. 바람은 됐고 눈이나 비를 다오. 그럼 나도 내 심장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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