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이곳에도 희망이 찾아올까 (12-29-금, 흐림) 본문
며칠 전, 접객업소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를 받아온 젊은 배우가 자살을 했다. 경찰은 연예인 집단 마약 운운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밝혀진 건 하나도 없고 애꿎은 배우 하나만 목숨을 잃었다. 애초부터 사건의 진실 규명보다 연예인 면박주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경찰은 원칙대로 수사했을 뿐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정권의 위기나 권력의 비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전가의 보도처럼 터져 나오는 연예인 관련 추문이나 사건들.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지지층 일부의 이탈이 가시화되자 갑자기 터진 것이 연예인 마약 사건이다. 가수 권모 씨 또한 경찰에서 명단을 흘린 이후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그는 선제적으로 검찰에게 검사를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진행한 약식 검사는 물론 국과수의 정말 감식에서도 마약과 관련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야말로 소문만 무성하고 결과는 빈 껍질뿐인 수사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매번 이런 일을 만날 때마다 우리 국민이 참 가엾다는 생각을 한다. 수사기관이야 '아니면 말고'지만,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 특히 연예인의 경우는 명예의 실추는 물론이고 가늠할 수 없는 금전적인 손해도 보게 된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는 국가와 공권력이 오히려 국민에게 부당한 권력을 휘두른 가해자가 된다면 도대체 국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민다. 한 해의 저물녘에 여전히 내가 사는 이곳이 마계처럼 끔찍한 현실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서글프다. 견고한 희망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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