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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2023년을 보내며 (12-31-일, 흐리고 비) 본문

일상

2023년을 보내며 (12-31-일, 흐리고 비)

달빛사랑 2023. 12. 31. 21:51

 

늘 그렇지만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그리 아쉽지는 않다. 한때는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심정으로 아쉬움을 표백하고, 정확하게 기억도 나지 않는 모종의 일에 관해 반성하는 것이 한해의 저물녘에 보이는 익숙한 포즈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익숙함'이 진부해 보였다. 반성할 일이 하도 많아서 그 모든 걸 반성하려면 몇 날 며칠 반성만 해도 모자랄 판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내가 내 또래 평균치의 삶보다 훨씬 값없게 산 것도 아니어서 틀에 박힌 제스처로서의 반성은 그만하기로 했다. 다만, 그럼에도 한두 가지 반성해야 한다면 그건 불성실에 관한 것과 즉흥적인 지출벽 등이다. 이건 내 실생활에도 확실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빨리 떨쳐내지 못하면 그렇고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상은 '그렇고 그런 존재'였다손 치더라도 미래의 삶 또한 그리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확실히 미래에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되길 바란다. 더 나아지려면 이전보다 성실해야 하고 이전보다 절약해야 한다. 하나는 마음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나의 물리적 삶에 관한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생각하는 건 이것뿐이다. 고마운 사람에게 고마워하고 미워할 것은 여전히 미워하면서 2023년을 보낸다. 다만 희망이 있다면 다가오는 2024년은 미워할 일보다 고마워할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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