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그들이 작업실을 얻는 이유 (10-25-수, 맑음) 본문
그 찐빵 무리들이 술 마시고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맞춤 공간을 발견했다며 내게 전화했다. 보증금 5백만 원만 꾸어달라는 전화였다. 현재 통장에는 200만 원밖에 없다고 했더니 일단 혁재의 매니저라서 제일 먼저 연락한 거고 달리 융통할 방안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10분 후 다시 전화해서 "형, 해결했어요. 동생이 해준대요."라고 전했다. 월세는 40만 원, 결코 만만한 돈이 아니다. 찐빵 무리가 십시일반 혹은 N분의 1로 갹출해서 해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찐빵 무리 대장인 혁재는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그는 자기만의 공간을 오래전부터 갖고 싶어 했다. 고령인 두 분 모친을 모시고 살아온 혁재로서는 당연한 욕망이다. 그는 "형, 예술가의 방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줄게요" 했는데, 정말이지 나도 꾸며진 방을 보고 싶다. 찐빵 무리들은 한 달 술값도 엄청난데, 그 엄청난 술값 또한 자신들만의 (술 마실) 공간을 갈망하게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공간 가까이 있는 시장에서 음식을 사다가 집에서 마시면 술값이 훨씬 절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현재의 술값과 앞으로 작업실에서 마시는 술값 차액으로 월세를 내도 충분하긴 할 것 같다. 거액의 술값 걱정을 하면서 술을 줄일 생각은 안 하고 적게 마실 수 있는 방법으로 작업실(?)을 물색하다니 역시 진정한 술꾼들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그들은 작업실(일단 작업실이라 명명했다)을 얻었다. 무슨 작업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찐빵이 익으려면 열도 필요하고 화덕도 필요하고 그것들이 들어갈 공간이 필요한 법, 일단 축하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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