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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집밥다운 집밥 먹은 날 (10-10-화, 맑음) 본문

현실

집밥다운 집밥 먹은 날 (10-10-화, 맑음)

달빛사랑 2023. 10. 10. 20:50

 

노동 특보 보운 형이 적극 추천한 전라도 밥집에서 오랜만에 집밥다운 집밥을 먹었다. 지난번 P실장과 셋이서 들렀다가 정기 휴일이라 그냥 돌아와야 했던 집이다. 12시쯤 들렀는데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반찬의 가짓수가 많은데도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음식의 간도 내 입맛에 맞았다. 특히 공깃밥도 흰쌀밥이 아니라 잡곡밥이어서 좋았다. 갈치도 넉넉하게 나와서 배불리 먹었다. 밥값이 싼 것은 아니었지만 음식의 가짓수와 생선 단가를 생각하면 가성비 있는 식당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식당이라서 오히려 좋았다. 집에서는 식사 후 설거지하자마자 식후 운동으로 자전거를 30분 타곤 하는데, 청에서는 식후에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밖에 없다. '전라도 밥상'까지는 걸어서 20분 조금 더 걸렸다. 가고 오는데 왕복 50분, 요즘 날씨에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사실 나온 반찬 중에는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도 더러 있었다. 일단 잡곡이 섞이긴 했지만 공깃밥이 그렇고 잡채와 우뭇가사리 초절임, 돌김자반에는 당분(설탕)이 많이 가미되어 혈당 조절에는 좋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개의치 않고 그냥 맛있게, 다 먹었다. 음식 남기면 아까우니까. '음식물 남기시면 환경부담금 5천 원이 부과됩니다'라는 귀여운 경고문도 붙어 있었고. 아무튼 청명한 가을볕 흠뻑 쬐며 밥 먹고 왔다. 사무실에 와서 혈당을 재보니 와우, 음식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식후 두 시간 혈당이 200을 넘었다. 세 시간째 측정하니 비로소 정상 혈당으로 돌아왔다. 내 몸이 특히 췌장이 어제오늘 깜짝 놀랐을 거다. 착실하게 관리되던 몸이었는데, 어제는 스테로이드 알약 때문에, 그리고 오늘은 다양한 반찬과 함께 뚝딱 비운 공깃밥과 몇몇 반찬 때문에 혈당이 고공행진했으니 얼마 놀랐겠는가.❚미안하다. 나의 췌장아. 그러는 너도 나를 매번 피곤하게 만들고 있어, 나 또한 서운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네가 그리 된 건 젊은 날의 내 방만한 생활 때문이니 할 말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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