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참 평온한 주말, 후배가 방문하다 (06-03-토, 맑음) 본문
오전 운동 다녀와서 옷장을 정리했다.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옷, 수개월 혹은 수년 동안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는 옷들은 이미 내 옷이 아니다. 옷의 상태가 너무도 멀쩡해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게 만든 옷도 적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옷을 담은 대형 비닐봉지가 금방 가득 찼다. 옷장 서랍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속이 다 시원했다. 젊었을 때는 살림이나 옷가지를 늘리는 걸 즐겼으나 이제는 비우면 마음이 오히려 편해진다. 비우는 삶에 익숙해져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품고 있으면 부담이 되는 것들, 살림도 몸도 심지어 마음까지도 자꾸만 비워야만 새로운 것이 살포시 들어차는 법이다. 그 (새로운) 것이 또 시간이 지나 내 마음을 격동시키지 못하면 다시 또 비워내야만 하는 것이고..... ❙오후에는, 후배 서 모가 자유공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천아리랑' 관련 행사에 들러 보려고 했는데, 장이 막걸리 한잔하자며 우리 동네까지 일부러 찾아왔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막걸리 집 '신촌부침이'에서 4시부터 낮술을 마셨다. 6시 전후해서 혁재에게도 전화했으나 동화마을에서 산이를 만나야 한다고 해서 아쉬웠다. 7시쯤에는 장이 굳이 상훈이를 보고 싶다고 해서 연락을 해봤으나 집에서 나오기 싫다고 거절, 그러자 장은 (상훈의) 집 근처로 찾아가겠다고까지 했으나 상훈은 나중에 보자며 거절, 나는 내심 고마웠다. 안 그랬으면 2차를 하러 문학동까지 갈 뻔했다.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낮부터 마신 술이 슬슬 부담스러워 문학동까지 가서 술 마실 형편은 아니었다. 화장실에 간 사이, 기특하게도 장이 술값을 계산했다. 장은 술이 부족한 듯했으나 내가 더 마시기를 사양해, 8시쯤 헤어졌다. 집에 들어와 픽 쓰러져 자다가 11시쯤 깼다. 아침인 줄 알았는데 아직도 토요일 밤이다. 황당하다. 머리가 핑핑 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제법 괜찮다고 느껴질 때 (6-5-월, 맑음) (0) | 2023.06.05 |
---|---|
가족 묘역에 다녀오다 (06-04-일, 맑음) (0) | 2023.06.04 |
금요일, 습관이 지배하는 시간 (06-02-금, 흐림) (1) | 2023.06.02 |
6월에는 매일 6번씩 기뻐할 거야 (06-01-목, 맑음) (0) | 2023.06.01 |
동인천에서 술 마시다 (05-31-수, 맑음) (0) | 2023.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