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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6월에는 매일 6번씩 기뻐할 거야 (06-01-목, 맑음) 본문

일상

6월에는 매일 6번씩 기뻐할 거야 (06-01-목, 맑음)

달빛사랑 2023. 6. 1. 20:53

 

6월이 밝았다. 어제 예정에 없던 음주로 인해 6월의 첫날을 다소 지뿌둥한 몸상태로 맞게 되었다. 오늘은 교육청 행복소통의 날, 직원 모두가 유적지를 답사한 후 문학경기장 뷔페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날이다. 나는 컨디션이 안 좋아 참석하지 않았다. 느지막이 일어나 누나가 사다 놓은 순댓국을 먹었다. 해장으로는 순댓국 만한 게 없다. 빨래와 청소를 한 후 한 시간가량 자전거를 탔더니 오전이 다 갔다.

 

오후에는 주로 유튜브를 시청했다. 정치 뉴스는 보지 않았다. 요즘 신곡을 발표한 아이돌그룹의 퍼포먼스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거나 간간이 그리스신화나 홈트 관련 동영상을 보았다. 그러다 졸리면 잤다. 자다 깼을 때, 창밖의 노을이 아침노을인지 저녁노을인지 순간 모호해지기도 했다. 잠은 깼지만 멍하니 천장을 보며 6월에는 '좀 더 시인답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부터 읽어내고 운동은 강도를 좀 더 높이고, 음주는 일주일에 평균 한 번 마시는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6월에는 매일 6번 이상은 기뻐할 일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화초에 물을 주며 대화하는 일, 냉장고에 계란이 넉넉한 것을 확인하는 일, 운동 후 흘린 땀을 씻어내는 일, 전해받은 시집이나 구매한 책들을 읽어내는 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빠지는 일, 직장에서 만난 동료에게 먼저 인사하는 일 등등. 대단하고 거창한 게 아니라 이처럼 소박하고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왜냐하면, 화나는 일도 많고 미운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정치 뉴스를 안 보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나쁜 놈들'이 설치는 꼴을 볼기 싫어서 아닌가? 그 '나쁜 놈들'을 미워하지 않고, 욕하지 않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하루에 6번 이상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욕하지 않게 해달라는 다짐이 훨씬 현실성 있고 의미 있는 다짐일지도 모르겠다. 달이 바뀌었으니 으레 그랬듯 새 달에는 뭔가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본다. 


청에서 비서로부터 연락왔다. 교육감 재선 1주년 메시지를 작성해 달라는 것. 자다가 일어나서 써서 보냈다. 보좌관의 운명이다. 글을 쓰고 있을 때 은준에게 전화왔지만 받지 않았다. 다 쓰고 나서 통화했다. 어제 잘 들어갔느냐는 안부 전화였다. 이어서 곧바로 혁재에게 전화왔다. 별다른 말은 없고, "뭐 하세요, 형? 갈매기에 있어요. 여러 사람과 있는데, 왜 형이 없냐고 물어봐서 전화했어요. 산이가 조만간 시집 나오는 거 아시죠? 형은 언제 나와요?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알았어요. 쉬세요" 했다. 나는 "어쩌라고?" 물었는데, 따지는 게 아니라 '오라는 거야, 뭐야'의 의미였다. 사실 오라고 했어도 안 갔을 것이다. 목소리로 봐서 이미 많이 취한 것 같았고, 어제에 이어 연이어 술 마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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