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5월에는 좀 더 환해져야겠어 (05-02-화, 맑음) 본문
5월이 시작되었다.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바람은 바람이니까. 저녁에 아들이 연락해 와서 상당히 장시간 통화했다.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았다. 새로 옮겨간 인사팀 업무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서너 달 만에 하는 통화다. 목소리가 밝아서 좋았다. 자식으로서 의무감 때문에 전화한 것이라 해도 나는 상관없다. 그런 의무감을 갖고 있다는 게 고마운 일 아닌가. 5월 중에 날을 잡아 할머니 산소에 다녀오자고 했더니 기꺼이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아들이 대견했다.❚ 오늘은 맹렬하게 폭식했다. 술 마 신 다음날은 으레 폭식한다. 쉬는 날이라서 느지막이 일어나 라면과 어묵으로 해장을 했다. 그리고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너무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기어코 나가서 사다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을 때의 그 행복감이란..... '도대체 이런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건강이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건강도 행복해지려고 지키는 거 아닌가' 잠깐 생각했는데, 하, 이거야 원. 아이스크림은 이처럼 나를 너무도 쉽게 무장해제시킨다. 물론 한 통 다 먹었다.❚ 밤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다.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또 치킨이 생각났다. '도대체 이 맹렬한 식탐은 뭐지?' 하면서도 곧바로 나가서 프라이드치킨을 사 왔다. 다리 두 개와 날개를 먹으니 배가 불렀다. 쌓인 닭뼈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작정하고 망가지기로 한 날이군. 게다가 운동도 안 갔잖아.' 기가 막혔지만, 오늘을 치팅데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날은 칼로리를 생각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행복했으면 되었다.❚ 5월에는 5월의 꽃이 피고 5월의 바람이 불 것이며, 5월의 하늘이 펼쳐질 것이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꽃과 바람과 하늘을 보며, 의식적으로라도 5월에는 좀 더 환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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