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세계노동자의 날 (05-01-월, 맑음) 본문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대지의 가벼운 날숨에도 일제히 몸을 날려 하늘과 땅 사이를 가득 메우는 저 수천수만의 꽃씨처럼, 집요한 희망, 푸른 바람(願)들, 질끈 동여맨 머리띠, 색색의 깃발 위에서 난다, 춤춘다. 자본의 도시 위로 일제히, 꽉 쥔 주먹 위로, 함께 걷는 연대의 발걸음 위로, 날고 머물고 흩어지고 내려앉는다. 느리지만 한결같이, 빠르지만 빈틈없이! ❚오늘은 133번째 '세계 노동자의 날', 자주 부르는 노래처럼 "앞으로, 또다시 앞으로! 눈덩이 쇳덩이로 앞으로 굴러, 끝내는 우리가 건설할 세상을 향해, 앞/으/로!"
퇴근길에 혁재에게 전화해 갈매기에서 만났다. 동화마을 은수네 집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송월동에 가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에는 혁재와 쉽게 연락이 된다.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화마을 장사는 혁재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하게 되었다는 말도 들었다. 입으로는 자유로워져서 좋다고 말하지만, 뭔가 서운한 기색이 살짝 보였다. 물론 나는 혁재가 동화마을에 가지 않게 되어 무척 기쁘다. 자주 볼 수 있어 그렇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의 건강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혁재는 동화마을에서 장사 아닌 장사를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술을 훨씬 더 마셨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성향도 대체로 '팔자 좋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툭하면 술자리가 이튿날 아침까지 이어지기 일쑤였다. 물론 동화마을이 아니라도 술 마실 곳, 술 마실 사람이 허다한 혁재지만, 그래도 잘 때는 자고 쉴 때는 좀 쉬어줘야 하는데, 동화마을의 분위기가 그걸(휴식) 막아왔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혁재는 요즘 밥도 안 먹고 술만 먹는다. 자기 말로는 3일에 한 끼는 먹는다고 하는데, 건강이 망가지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오늘 갈매기에서 술 마시며 그간 내가 가졌던 우려들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둘이서 막걸리 다섯 병을 마셨다. 적당하게 취기가 왔다.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일어서야 했다. 때마침 정웅이가 들어와 술값 계산해주고 먼저 갈매기를 나왔다.❚전철에서 내려 H게 전화했다. 집에 오는 내내 통화하면서 왔다. 하루를 피곤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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