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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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살기 위해 운동합니다! (03-18-토, 맑음)

달빛사랑 2023. 3. 18. 20:41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 후 확실히 운동에 게을렀습니다. 체육관이나 센터가 문을 닫고 방역 당국에서도 거리 두기를 강제할 때는 불가피하게 운동을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닫았던 센터들이 다시 문을 열 때도 이전의 운동 루틴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게을러진 겁니다. 재작년엔 엄마가 돌아가시고, 쓸쓸하다는 이유로 매일 술 마시고 풀어진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1년은 폐인 모드로 보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십수 년을 해온 운동의 관성이 나의 상태를 도저히 볼 수 없었나 봅니다. 문득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바로 집을 나서 8개월 치 회원권을 끊었습니다. 그게 작년 6월입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한 건 다행이었지요. 초기에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출근하기를 반복했지요. 확실히 몸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만남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술 먹을 기회가 많아진 거지요. 술이야 늘 마셔 온 거지만 몸이 옛날 몸이 아니라는 걸 착각하고 있었어요. 슬슬 한두 군데가 삐걱대기 시작했고 이후 도미노처럼 건강이 안 좋아졌지요. 운동도 다시 게을러졌고요. 그러는 동안 아랫배가 나오고, 몸무게는 73kg이나 되었습니다. 불규칙한 식사, 술 마신 다음날 자극적인 라면으로 해장하는 게 일상화되다 보니 속 건강은 물론이고 피부톤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만성이 된 불면증에 새벽녘의 흡연, 탄수화물 과다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얼굴에는 잡티가 많이 생기고 주름도 깊어졌지요.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추레해 보이더군요.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었지요. 쉬는 날이면 종일 영화나 보다가 먹고 자고 하기를 반복했을 뿐입니다. 폐인 모드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내 지리멸렬한 일상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건 무료하고 늘어진 제 일상에 큰 파문을 일으켰어요. 움츠리고 있던 내 심장이 다시 격동하기 시작한 거지요. 그러면서 나도 조금씩, 불면과 흡연, 과음과 망가진 일상이 반복되는 지리멸렬함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 실천으로 일단 술을 줄였습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방문하던 갈매기에 1번만 방문하기로 한 것입니다. 때문에 친한 지인들과 다소 소원해지기는 했지만, 선택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담배를 끊었습니다. 이제 비록 70여 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담배를 끊기로 한 것 역시 훌륭하고 뿌듯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금처럼 쌓이는 담뱃값을 매일 확인하는 일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그리고 서너 달 동안 회비만 내고 다니지 않던 헬스클럽에 나가기 시작했고, 이달 초 등록기간이 만료되어 1년 치 회원권을 다시 끊었습니다. 

 

물론 탄수화물 과다 섭취와 불규칙한 식사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다만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서너 통씩 먹던 아이스크림을 끊었고 빵과 라면, 국수, 냉면은 적게 먹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파를 비롯한 채소를 많이 먹고 있어요. 그 동안 과일과 채소를 너무 안 먹었거든요. 탄산음료도 안 먹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동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주말, 허리 통증에도 센터에 나가 1시간 이상씩 운동한 걸 보면 (아직까지는) 실천 의지가 살아 있습니다. 다만 현재 허리 통증과(원래 허리가 약해 자주 삐끗합니다. 디스크 문제가 있는 듯. 일단 살살 운동하며 달래보다가 더 심해지면 병원에 갈 예정이에요ㅜㅜ) 가려움증이 나를 괴롭히고 있긴 한데, 가려움증은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금연으로 인한 금단증상이거나 탄수화물 과다섭취로 인한 내과적인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옛날처럼 몸을 만들거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운동이 아니라 살기 위해 운동합니다. 젊은시절 몸을 너무 막 썼어요. 늘 젊을 줄 알았던 거지요. 비록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까자 몸무게를 70kg 아래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지금처럼 빼먹지 않고 꾸준히 운동하면 2~3kg 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이제 내 몸과 나 자신에게도 사랑을 듬뿍 줄 생각입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찌 남에게 사랑받기를 바랄 수 있겠어요. 점점 건강하게 변하는 내 모습을 기대해 보는 토요일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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