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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자신을 사랑하는 일 (03-19-일, 맑았으나 먼지 많은 날) 본문

일상

자신을 사랑하는 일 (03-19-일, 맑았으나 먼지 많은 날)

달빛사랑 2023. 3. 19. 20:42

 

 

나에게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어렵지 않습니다. 내가 사랑을 시작할 때, 상대 역시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또한 나는 대상과 시기를 특정해서 ‘지금부터 저 사람을 사랑해야지’ 하고 사랑을 시작한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나도 모르는 사이, 아니 알지만 어찌할 수 없는 힘으로 내 삶의 전 영역, 내 깊은 마음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던 사랑이었습니다. 박제삼 시인이 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자연’이란 시에서 ‘웃어진다, 울어진다’라는 피동 표현을 썼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정작 내가 어려워하는 것은,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일입니다. 나에게 사랑의 힘이 남아 있다면 탈탈 털어 상대에게 주려고 했을 뿐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소한 주변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자존감을 잃게 됩니다.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주 과잉행동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시 상처를 입기를 반복합니다.

상처는 아픕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물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이상 그 상처는 쉬 덧나기 쉽습니다. 애초부터 아프지 않으려면 나부터 나를 사랑해야 합니다. 외부의 떠다니는 말들로부터 내가 나를 지켜야 합니다. 자존심을 지키는 일,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비교하지 않는 너그러움과 비교당하지 않을 권리를 생각하면서 내가 나를 사랑할 때 타인을 향한 나의 사랑도 진정성을 얻게 되고 비로소 나는 나다운 내가 되는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만큼이나 나를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물론 내 사랑은 대부분 당신 거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요


오전에 운동 다녀와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요 며칠 기승을 부리던 허리 통증이 사라졌더군요. 그야말로 이통치통이었습니다. 날은 춥지 않았지만 먼지가 극성입니다. 봄날의 미세먼지를 보니  감옥의 수인처럼 봄날 내내 집에 갇혀 지내야 했던 엄마가 생각납니다. 오늘은 두 끼만 먹었습니다. 밤 늦어 간식이나 야식에 관한 욕망이 들끓었지만, 의지로 참았습니다. 참으면 또 참게 되더군요. 참 평화롭게 하루가 갔습니다.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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