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문화단체 대표들과 오찬 (03-15-수, 종일 흐림) 본문
❚너무 일찍 깼어요. 낮잠을 자면 이런 낭패를 보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제 오후 너무 달게 낮잠을 잤으니 정작 밤 수면의 질이 확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알면서도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아요. 그래도 어제는 아이스크림을 끊어냈다는 거에 만족합니다. 아무튼 4시 전에 눈이 떠졌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유튜브에서 빗소리, 천둥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등 다양한 수면 유도 음악을 틀어 놓고 제발 다시 잠이 오게 해달라고, 그래서 다만 한 시간만이라도 더 잘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얼마나 빌고 또 빌었지요. 하지만 잠이 다시 올 리 만무하잖아요. 그래도 잠으로 이어진 동아줄을 붙잡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잠의 신이 정성에 감동했는지 질 나쁜 잠을 한 시간 정도 허락했습니다. 가수면 상태처럼 잠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그런 거 있잖아요. 정말 간신히 6시까지 버텼습니다. 6시가 되면서 이제는 반대로 잠을 털어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출근해야 하니까요. 비몽사몽으로 잠자리를 정리하고 혈압약과 단백질을 챙겨 먹고 샤워를 한 후 7시 10분쯤 집을 나섰습니다. 날은 또 왜 이리 찌뿌둥한 건지요.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하늘은 낮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다가 지하철을 탔습니다. 청에 도착한 시각 오전 7시 30분. 교육감실도 통합국장실도 모두 불이 꺼져있더군요. 3층이 전반적으로 고적했습니다
❚점심은 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원연합회 회장, 예총 회장, 민예총 이사장, 교육감 등과 교육청 앞 '삿포로'에서 함께 먹었습니다. 교육감과 문화단체 대표들과의 오찬이었지요. 그분들 중 신 문화원연합회장은 초면입니다. 김 예총 회장은 오래전 함께 술을 마셔본 적이 있어서 잘 압니다. 민예총 변 이사장은 같은 조직의 후배라서 당연히 잘 알고요. 교육감은 12시쯤, 차가 막혀 20분쯤 늦게 도착한다며 기다리지 말고 먼저 식사하라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혹시나 하고 10분까지는 기다렸으나 재차 먼저 식사하라는 연락이 와서 할 수 없이 일행들과 먼저 식사를 시작했습니다.❚메뉴는 회 정식, 비서실에서 주문해 놓았더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회를 먹지 못하는 분입니다. 사전에 비서에게 말해줬어야 했는데,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불고기가 나온 것도 다행이었고, 회를 먹지 못하는 분이 (다른 분이 아니라) 나와 매우 친한 이 대표였다는 것이 또한 다행이었습니다. 이러한 결례를 결례로 생각하지 않을 분이거든요. ❚회는 싱싱하고 쫄깃쫄깃했고, 불고기도 간이 입에 딱 맞았습니다. 튀김도 어쩜 그리 부드럽고 담백한지요. 해물탕수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회를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어 맛있게, 깨작깨작 먹지 않고 우걱우걱 먹었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내 몫의 음식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급 식당에서 (사실 삿포로는 최고급 식당은 아니지만) 식사할 때마다 음식과 상황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나는 꼭, 매번, 무척, 촌티 나게도 '도대체 음식값은 얼마일까, 무척 비싸겠지?' 하는 생각을 먼저 하곤 합니다. 빈티를 풀풀 풍기는 거지요. 허참!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 법이라는 말, 맞는 말입니다. 오후 1시 30분쯤 식당에서 나왔습니다.
❚오후 4시가 지나서도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했습니다. 그렇다고 비가 내린 것도 아니라서 비서실장은 옥상에 올라갈 때마다 "날씨가 당최 마음에 안 들어. 도무지 개갈 안 나" 하며 진한 충청도 사투리로 투덜거렸습니다. 비서실장은 화창한 날씨를 좋아하거든요. 나는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사실 오늘처럼 흐린 날도 싫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장이 툴툴댈 때마다 나는 가만히 무반응으로 있었지요. 모래내 시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귀청하던 노동 특보인 보운 형은 시장 안에서 만두 냄새에 홀려 만두를 5박스나 사 왔습니다. 비서실 직원들과 나눠먹었습니다. 홀릴 만한 맛이었습니다. 정책기획조정팀 진선 주무관도 새로 정책연구실에 전입한 장학사들이 보냈다며 호두과자 한 팩을 들고 왔습니다. 오늘은 이래저래 먹을 복이 많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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