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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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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 (12-25-일, 맑음)

달빛사랑 2022. 12. 25. 23:58

아침에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사람에게 인생의 전환점 혹은 운이 바뀌는 신호’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일어나 외출해서 일단 머리를 깎고, 편의점에 들러 복권을 샀으며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고 왔다. 휴일에 이 정도면 많은 일을 한 편이다. 일요일에는 대체로 외출하지 않는다. 종일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잔다. 그런데 오늘은 즉흥적으로, 마치 뭐에 들린 사람처럼 갑자기 외출을 결심한 것이다. ‘인생의 전환점’ 혹은 ‘운’이라는 단어가 심장을 콕 찔렀던 모양이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집에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한 죄의식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고...... 토요일 아침 교육감 성탄 메시지를 작성해 비서실에 보낸 것 말고는 한 일이 없었으니까.

 

거실의 접란(蘭)은 여전히 맹렬하게 가지를 뻗고 있다. 그 가지 끝마다 작고 예쁜 꽃들이 송이송이 피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엄마가 이곳을 다녀가셨나보다고 잠깐 생각했다. 날씨는 여전히 추웠으나 어제와 그제보다는 다소 풀린 것도 같았다.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요 며칠 만난 바람보다는 확실히 유순해졌다. 날씨도 염치는 있는 모양이다. 삼한사온이 그립다. 

 

내 인생의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간다. 교회에 나가지 않은 이후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도 특별한 감흥이 없다. 그저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거나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유년의 크리스마스는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다. 어쩌면 그 추억으로 평생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하나님을 마음에 품고 있으며 예수의 삶을 닮으려고 했던 사람으로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짐 하나 한다면, 어느 순간에도 솔직해져야겠다는 것, 상황에 따라 만들어 온 수많은 얼굴 중 이제 내 본연의 얼굴만 남기고 다른 건 다 없애버려야겠다는 다짐이다. 솔직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내가 아닌 내가 나의 행세를 하며 살게 되는 끔찍한 순간이 도래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솔직해지기, 다가오는 새해에도 품고 실천할 엄중한 화두!

 

아, 그리고 웃긴 이야기 하나, 잠깐 낮잠을 잘 때, 배우 송지효가 나의 애인이 되어 꿈속에 나왔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는데, 내가 그녀와 팔짱을 끼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서자 관객들은 우리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는다. 그 시선과 수군거림이 싫지 않았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그녀는 매점에 다녀오겠다며 잠깐 자리를 떴고, 바로 뒷좌석에서 그녀의 선배라는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몇 학번이세요?” 묻자, 선배라는 이는 "지효보다 한 학번 위입니다"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화장실 간 지효는 나타나질 않고 나는 그 선배와 대화를 나누다 잠이 깼다. 왜 뜬금없이 송지효였을까. 그래도 내가 싫어하지 않는 배우라서 다행(?)이었다. 이런 꿈은 개꿈인가 길몽인가? 저녁에 sbs 런닝맨이란 오락 프로그램에 출현하는 TV 화면 속 송지효를 보았다. 꿈속의 인연도 인연이라고 왠지 친근감이 느껴졌다. 허참! 아무튼 지효야,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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