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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압승과 완패 사이, 그 어디쯤의 기분 본문

일상

압승과 완패 사이, 그 어디쯤의 기분

달빛사랑 2022. 6. 2. 00:34

 

개표방송을 지켜보느라 꼬박 밤을 샜다. 아침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벌인 경기지사 선거는 민주당 김동연 후보의 승리로 끝이 났다. 선거 압승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경기지사를 민주당 후보에게 내어줌으로써 다소 맥빠진 기분이 되었을 것이다.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경기도에서의 승패는 엄청난 상징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초상난 집 아들이 고시에 합격해 돌아온 것처럼 패배의 굴욕감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새벽 2시쯤에 결판이 났다. 진보 교육감의 2만 표 차이 승리. 압승이든 신승이든 승리는 기쁜 일이다. 진보 교육감 도성훈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인천의 미래 혁신 교육은 좀 더 견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볼 때, 수장이 바뀜에 따라 널 뛰던 교육정책도 이번만큼은 변화 없이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여러모로 인천 시민과 학생들에게는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게 나의 주관적 생각이다.

아침부터 여러 사람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대개가 축하한다는 말이었고, 간간이 초심을 잃지 말라는 조언도 섞여 있었다. 아마도 내가 당선자의 보좌관으로 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야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선거운동은 하지 않았고, 그저 마음으로 응원했을 뿐이지만, 어찌 되었든 내가 보좌하던 사람이 당선되니 기분은 좋았다. 이제 새롭게 펼쳐질 4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한 민심의 냉정함을 늘 기억하면서 초심을 잃지 말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미래 교육의 기틀을 튼튼히 놓아가면 될 일이다.

선거 방송이 끝나고, 잠을 자보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눈만 무거울 뿐 잠은 오지 않았다. 오후에 간신히 눈을 붙였는데, 혁재가 전화해 만나자고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갈매기에 나갔더니 로미 씨와 둘이서 앉아 있었다. 이후 근직이 내외가 합류해 막걸리를 마셨다. 갈매기를 나와 밀면을 먹으러 밴댕이 골목 끝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아뿔싸, 영업이 끝났다. 할 수 없이 바로 옆에 있는 병천 순댓국집으로 들어가 순댓국을 먹었다. 밥과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 속이 편해지고 컨디션도 조금 회복되었다. 하지만 이내 졸음이 밀려왔다. 후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나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뉴스를 트니 온통 민주당의 완패와 국민의힘 압승 소식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국민이 정말 분별력이 없고,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 하는 탐욕적인 존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건 정말 잘못된 생각임을 알면서도 빨간색으로 도배된 저 당선자 분포를 나타난 지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다. 서운한 건 사실이다. 역지사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게 쉽지 않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는 하는데, 왜 그래야 하나 절을 부수어 버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못된 생각이 자꾸 드는 걸 보니 술에 취하긴 취한 모양이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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