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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문

일상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달빛사랑 2022. 6. 1. 00:53

 

투표일이라서 출근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지지를 호소하는 각급 후보들의 문자 메시지가 연이어 도착했다. 표면적으로는 투표를 독려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리려는 후보들의 절박함이 배인 문자일 것이다. 투표 당일까지도 후보 자신은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어제 갈매기에 만난 지인들은 오늘 저녁 술 한잔하면서 개표방송을 함께 시청하자고 했지만, 나는 집에서 혼자 시청했다. 어제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 해단식을 마친 선거운동원들이 갑자기 갈매기에 몰려온 탓에 그들과 엮여 과음하기도 했고, 낮 동안 해야 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7시 30분 사전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여당의 압승이었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간 야당의 지리멸렬을 지켜보면서 패배를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시장 후보들의 표 차이도 생각보다 컸다. 출구조사대로라면 시 정부가 교체될 것은 명백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교육감 선거만큼은 내가 지지하는 진보 진영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표 차이가 낙관할 수준이 아니어서 내심 불안했다.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는 양당 선거상황실의 분위기는 천양지차였다. 여당 쪽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야당 관계자들은 말없이 화면을 지켜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실을 나갔다. 4년 전과는 완전히 뒤바뀐 모양새였다. 국회의원 180명을 보유할 정도로 국민의 지지를 독식했던 야당(당시에는 여당)은 불과 4년 만에 국민에게 철저하고 냉정하게 외면받은 것이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치 세력들의 우울한 초상이다.

본격적인 개표는 8시 30분쯤에서야 시작되었다. 개표 초반, 출구조사와는 반대로 내가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가 2위로 밀려나 있어서 무척 긴장했다. 하지만 30분쯤 지나면서 근소하게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이후 늦은 시간까지 한 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시장이나 구청장의 경우, 여당 후보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에서는 계양구청장과 부평구청장 정도가 선전하는 중이다.

12시가 다 된 현재, 교육감 후보들의 표 차이는 9천 표 정도, 많은 표 차이는 아니나 초반 이후 역전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 된다. 선거에서는 기세라는 게 중요하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표 차이가 조금씩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게 무척 고무적이다. 사전투표함이 아직 열리지 않은 상황인데도 지금처럼 앞서간다면 승산이 있다. 사전투표는 대개 진보 성향의 후보가 많은 표를 얻기 때문이다.

계양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는 무난하게 당선될 것 같다. 하지만 선거 대책본부장을 맡은 그에게는 선거 패배의 책임과 함께 많은 시련이 닥칠 듯하다. 더구나 그를 경계하는 야당 내 다양한 분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의 앞날은 그야말로 형극의 길이 될 것이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인천 계양에서 출마한 것일까. 아무리 정치가 삼류 코미디 같고 쇼와 같다고 할지라도 정치가가 최후로 지녀야 할 건 명분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이재명 씨는 선거 이후가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민주주의에서 선거(다수결의 원칙)는 무척 효율적인 정책 결정 수단이긴 하지만, 선거가 민의를 백 퍼센트 반영할 수 있다고 맹신하지 말자는 생각을 지녀왔다. 사람 됨됨이보다는 그저 지지 정당을 보고 기계적으로 선택하거나 후보의 능력 이외의 조건들, 이를테면 지역, 학연 등이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막상 선거가 벌어지면 분별력이 떨어지고 선거 결과에는 민의가 전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믿게 된다. 승리한 쪽을 지지했든지 패배한 쪽을 지지했든지 별로 상관이 없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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