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승리, 호사다마를 경계하며 본문
선거로 인해 직무 정지에 들어갔던 교육감이 업무에 복귀했다. 나 역시 다시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임해야 한다. 수장이 떠난 청사를 지키는 일은 사실 무척 곤혹스러웠다. 선거를 도와준 것도 아니고 (이건 현행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청 내에서 특별히 할 일이 있던 것도 아니라서 뭔가 나의 존재가 유령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 없는 집에서 새엄마에게 눈칫밥을 얻어먹는 처지라고나 할까. 뭐 아무튼 부자연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교육감이 돌아오니 비서실과 보좌관실도 활기가 돌았다. 오랫동안 얼굴 보지 못한 선생님들도 찾아와 인사하고, 각 단위의 과장, 팀장들의 반응도 확실히 달라졌다. 담배 피우러 올라간 옥상에서 만난, 그들의 표정 변화를 보고 있노라니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염량세태란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긴 사람 사는 풍정이 어디라고 다르겠는가.
출근한 교육감은 본관을 비롯해 신관과 별관의 부서마다 찾아가 복귀 인사를 했다. 가는 곳마다 박수가 터졌다. 솔직한 속마음들이야 어찌 알겠냐마는, 표면적으로는 이기고 돌아온 교육감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청 내의 모든 직원이 현재의 교육감을 지지하진 않았을 것이다. 교육감의 진보적인 교육정책에 불만을 가진 간부 직원들이 없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쩌랴. 선출직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낙하산이 아니라 시민과 학부모가 직접 선택한 교육감이기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시민들은 교육에 대한 자신들의 바람을 교육감에 위임한 것이고 교육감은 그들을 대신하여 인천 학생과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칙과 추진력이 필요한 것이고, 때에 따라 정책에 반하는 직원들을 문책할 수 있어야 한다. 당선의 기쁨에 취해 교육 개혁에 느슨해지거나 원칙 없는 화평주의로 일관할 경우 그는 직원 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지해준 학부모와 시민들의 마음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믿고 있지만, 스스로 신독(愼獨) 하며 자신의 임무와 역할을 다시 한번 떠올려 오길 바란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에는 항상 마가 낀다는 의미이다. 재선으로 인해 자신의 경륜과 포부를 마음껏 펼칠 기회를 얻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혹시 자신이 돌아보지 못한 빈 지점들이 있는지, 보았지만 놓치고 말았거나 알면서도 힘에 부쳐 포기한 정책들은 없는지 새삼스레 꼼꼼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런 진솔한 열정과 헌신의 마음으로 겸손하게 자신의 할 일을 매 순간 확인한다면, 질투에 사로잡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다가오던 온갖 마(魔)들도 지레 겁먹고 오던 길을 되돌아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소문과 고소 고발 건들도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하고 용서하여 결자해지하길 바란다.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네거티브 선거전이 벌어졌기에 그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 당사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겠지만, 극한 대립과 갈등의 후유증을 해결하지 않으면 당선자나 낙선자나 상처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났는데 전투를 이어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설사 상대가 그렇게 나오더라도 우리는 상대를 너그럽게 포용하는 넓은 아량을 보여주는 것이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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