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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4편의 원고 작성과 한 편의 영화 감상(맑음) 본문

일상

4편의 원고 작성과 한 편의 영화 감상(맑음)

달빛사랑 2022. 5. 30. 00:32

 

피곤한 하루였다. A4 용지 1장 반 분량의 원고 4개를 급하게 완성했다. 텀을 주지 않고 요구하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희한하게 모니터 앞에 앉으면 글이 써진다. 변형된 형태의 매문(賣文)이지만, 글을 완성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성취감이겠지. 모든 글은 완성되는 순간 쓰는 이에게 성취감을 주는 법이니까.  나는 글 뽑는 기계는 아니지만 자판기에서 커피를 기다리듯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옛다! 받아라' 하고 던져줄 때면 작은 희열도 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약간의 젠체도 있는 것 같고. 아무튼 오전부터 시작된 청탁은 저녁 8시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두 곳의 일간신문 투고글을 끝으로 손을 털었다.  그리고 개운한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러브 앳>이라는 뻔하디 뻔한 내용의 프랑스 멜로 영화였다.  영화의 원 제목은 Mon inconnue(프), Love at Second Sight(영). 뜨겁게 사랑하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상처를 주며 파국을 맞은 연인이 뒤늦게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사랑을 회복한다는 진부한 내용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이런 뻔한 멜로 영화가 오히려 약이 된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엉뚱함이 사랑스럽게 느껴진,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단백한 영화였다. 잠시 마음이 달달해졌다. 영화를 본 후 문득 켠 텔레비전에서 '미운 우리 새끼'라는 관찰 예능이 방영되고 있었다. 탐욕 많은 이 모와 철없는 가수 탁 모가 되도 않는 너스레를 풀어놓고 있었다. 이내 채널을 돌렸지만, 순간적으로 기분이 나빠졌다. 영화의 감흥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경박한 탐욕꾼들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파낭비가 극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텔레비전을 껐다. 유튜브를 켜고 칸영화제 관련 영상을 모두 찾아 보았다. 오호! 박찬욱과 송강호가 감독상과 배우상을 수상했군. 우리의 아이유도 프랑스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모양이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씨와 탁씨로 인해 나빠진 기분이 칸영화제 소식으로 회복된 것이다. 오늘은 감정이 제멋대로 널을 뛴 보기 드문 날이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아이유 보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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