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덥고 흐린 날씨, 약한 바람은 불고 본문
주변 사물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건 사랑의 마음이고 연민의 마음이다. 그러나 관찰자로 남을 것인가, 그것들, 아니 그들의 삶 속에 손을 내밀고 대화를 시도할 것인가 하는 건 생과 생이 부딪치는 선택의 문제다. 눈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는 사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만약 그것의 전 생애를 (그렇다. 나는 생애라고 말을 했다) 이해하고 싶다면, 그래서 그들과 대화하고 싶다면, 사물을 조금씩 마모되며 소멸을 향해가는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어떤 사물은 당신과 나보다 오래 그곳에 산다.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라 ‘살아간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차이를 알겠는가? 그냥 한 곳에 붙박여 소멸하고 있는 게 아닌, 저마다의 치열한 생이 있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한 자리를 지키며 오랜 시간 조금씩 주변을 변화시켜온 사물의 몸짓, 그 몸짓이 붙잡은 시간의 흔적, 역사를 느끼지 못한다면 사물은 그저 사물일 뿐이다. 그래서 봄날의 꽃과 여름날의 소나기, 가을날의 단풍과 겨울의 저 희디흰 눈꽃이 전하는 말을 결코 들을 수 없다. 설혹 들어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으니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하지 못하니 연민할 수도 없다. 그러니 귀를 기울여 들어라. 바람에 실린 사물의 푸념과 한숨, 더디지만 확고한 성취와 인간인 우리에게 던지는 고마움이거나 서운함이거나 때때로 분노이거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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