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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5월 27일 금요일, 사전 투표 본문

일상

5월 27일 금요일, 사전 투표

달빛사랑 2022. 5. 27. 00:30

 

출근 전 투표소에 들러 사전투표를 했다. 지자체 선거는 뽑는 사람이 많아 투표용지만 7장이었다. 시장, 교육감을 제외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아는 게 없는데도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희한한 선거다. 공보물만 가지고 판단해야 하니 유권자들은 결국 인물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하게 된다. 이런 깜깜이 선거로 당선된 사람이 과연 주민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는 지역구는 얼마나 더 복잡할까. 아무튼 대한민국의 선거는 하나같이 재미없다. 함량 미달 후보들의 욕망 분출을 보고 있노라면 짜증도 나고, 멀쩡한 후보들조차 선거가 막판으로 가면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혈안이 되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의 현장이자, 돈 있고 목소리 큰 사람이 승리하는, 그 어떤 대결보다 자본의 논리가 철저하게 관철되는 사악한 현장이다. 선거가 끝나면 유권자들은 분열되고 서로를 향한 적대감으로 한 계절을 버틴다. 깨끗하고 재미있는 선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꽃은 개뿔!

 

점심에는 냉면이나 먹을까 하고 혁재에게 전화를 했더니, 동화마을 산이네 집에서 막 일어났다고 했다.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1박 2일로 술을 마신 모양이었다. 체력도 좋지. 엄마가 요즘 컨디션도 안 좋은 거 같은데, 가급적 외박은 안 했으면 좋으련만..... 끼니 때마다 밥상도 차려드리고, 말벗도 되어주고, 어깨도 주물러주면 엄마는 얼마나 좋아하시겠는가. 조만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간을 마주하게 될 텐데.... "그래? 대단하네, 모두들. 체력들도 좋아. 알았어. 밥 챙겨 먹어라."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내심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마을로 후배 류가 이사 간 후, 그곳은 술 마시는 아지트가 되었다. 그들은 스무 살 청년들처럼 마시고 놀다 자주 무너진다. 혁재의 건강이 걱정이다. 혼자 밥 먹기 싫어서 은준이에게도 전화를 했다. 녀석도 송도에서 식사 중이라고 했다. 결국 오늘도 혼자서 점심을 먹었다. 

 

갈매기로 새지 않고 곧바로 귀가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마자 윤에게 연락왔다. 피곤하고 배도 고팠으므로 집에 있겠다고 하려다가 수홍 형과 함께 있다고 해 결국 관교동 참치집으로 가서 두 사람을 만났다. 수홍 형에게는 경인일보를 나오게 된 연유를 묻고 싶었다. 스스로 나온 것인지 팽을 당한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윤은 요즘 민주당과 이재명에 홀딱 빠져 있었다. 개인의 정치적 경향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당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인 나와 그래서 말다툼을 벌였다. 내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며 상대를 부정한다면 도대체 국민의 힘과 뭐가 다르냐?"라며 정색을 하자 그녀는 이내 사과하긴 했지만, 기분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명민한 사람이었는데, 선거가 뭔지. 안타까웠다. 참치집을 나와 비틀즈로 자리를 옮겨 노래 몇 곡 듣다가 10시쯤 돌아왔다. 오늘 외유의 성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홍 형이 뭔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과 맛있는 참치를 먹었다는 것!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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