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주식을 시작하다 본문
아들의 조언을 받아 주식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개미 투자자, 일명 주린이(주식초보자를 일컫는 신조어)의 삶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예금 이자가 워낙 싸서 그런지 요즘 대학생들부터 주부들까지 많은 사람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워낙 이재에 어둡고 재산 증식에 관심이 없어 주식이나 펀드를 고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적금과 저축이 다였다. 지난번 어머니 1주기 추모예배 때문에 아우 집에 갔을 때도 동생과 제수씨, 조카와 아들이 주식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데, 나만 대화에서 소외된 채 멍하고 듣고만 있어야 했다. 어찌나 진지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던지 주식을 하지 않는 나도 몰입하게 되더라는…….
아들은 군산법원으로 발령이 나 내려갔을 때부터 주식을 시작했다. 비교적 일찍 시작한 것이다. 아들이 주식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는, 나는 걱정이 되어 틈이 날 때마다 “절대 빚내서 주식하면 안 된다.”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내 주위에는 주식으로 재산을 날린 선후배들이 많다. 주식 문외한인 나는 아들이 주식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무엇보다 먼저 그 지인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아들은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수입 규모에서 저축하는 수준으로 주식을 하더니 1년 만에 목돈을 모으고 고급 승용차를 뽑기까지 했다. 실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아마 주식 마다 고점을 찍는 시점과 투자 시점이 운 좋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동생 내외와 조카도 아들의 조언으로 주식을 시작했고, 큰돈은 아니더라도 반찬값과 외식 값 정도는 주식에 의한 수익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주식을 하게 된 계기는, 주식 어플을 깔고 계좌를 개설하면 공짜로 주식 한 주를 주는 모 모바일 은행의 이벤트를 통해서였다. 그때 처음으로 주식 어플 사용법을 알게 되었다. 물론 어플만 깔아놨을 뿐 매입 매수하는 등의 실질적 투자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유튜버가, 10만 원씩 저축한다 생각하고 매달 주식을 사 모은 후, 오르든 내리든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 5년 잊고 지내라는 조언과 함께, 연금 형식의 주식을 설명하는 걸 보면서 14,000원짜리 주식 8주를 산 것이 내 최초의 주식 투자였다. 두 달 전 일이다.
지난 주말 동생 집에서 추모예배를 보고 돌아오는 길, 아들에게 넌지시 아빠도 주식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며 운을 뗐더니 아들은 친절하게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월요일 오전, 지난번 경인일보 교정보고 받은 교정료와 연말에 들어온 각종 원고료 등을 합쳐 카카오 주식 60주를 샀다. 최근 카카오는 정부의 대형플랫폼 규제와 이러저러한 내홍으로 주가가 바닥을 쳤다. 19만 원까지 올라갔던 호가가 최근 9만 원대로 떨어졌으니 급전직하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카카오 주식을 산 이유는, ‘본래 주식은 바닥을 쳤을 때가 매수의 적기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는 그리 쉽게 몰락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들에게 매입 사실을 얘기했더니, 아들도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면 손해 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내 생전에 주식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이렇듯 주린이의 삶을 시작하다니, 사람 일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아들은, 투자했으면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니 잊고 지내라고 말을 했지만, 주린이인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호가 변화를 확인하느라 어플을 켜게 된다. 하긴 없는 돈에 수백만 원을 투자했으니 궁금한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아들 말대로 잊고 지내 볼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해당 증권회사의 어플에서 문자 메시지로 그날의 주식 현황을 매번 알려주기 때문에 만에 하나 주목할 만큼 변화의 폭이 클 때는 그때 들어가 판단을 하면 될 일이다. 시인이 주식을 다 해보고……. 인생 참 재밌다. 아무튼 이왕 투자를 시작했으니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은행 예금 이자보다는 높은 수익이 발생하면 좋겠다. 물론 오늘은 마이너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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