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예상했던 결과지만..... 본문
공모 교장 비리와 관련해서 전직 보좌관 및 관련자들 전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그중 혐의가 위중한 두 사람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되어 법정 구속되었고(한 사람은 이미 구속 상태였고, 1년 형을 선고받은 또 한 사람은 법정 구속되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각각의 형은 1년과 6개월로 차이를 보였으나)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무죄가 나오거나 벌금형이 선고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높은 형량에 피고들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공무원, 그것도 가장 투명해야 할 교육공무원들이 공모해서 저지른 비리였기 때문에 재판부에서는 다소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생각이다. 재판부에서는 금품이 오간 정황은 없고 모두 초범이며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반영한 결과가 이렇듯 무겁게 나왔다면 재판부가 이 사안을 무척 엄중하게 인식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교육청 분위는 종일 우울함 그 자체였다. 물론 주범 급 피고들은 전임 교육감 시절에 일했던 사람들이긴 하지만 나머지 몇 명은 현 교육감 체제에서 얼마 전까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다. 내가 만난 그들은 정말 유능한 직원이었고 선량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악마의 꾐에 빠져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그의 인성이나 이력을 볼 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도 잘못된 온정주의에 매몰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순간의 판단을 잘못해 평생 쌓아 온 자신의 공직 경력을 이렇듯 무화시켜 버리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자신들 때문에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교육 공무원들이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 것에 대해서도 그들은 사죄해야만 할 것이다.
이번 일을 보면서 온정주의의 폐해와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만약 누군가로부터 옳지 않은 제안을 받았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다면, 이후에라도 선배나 동료들에게 그 사실을 고지하고 소통을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선배들은 분명 "무슨 큰일 날 소리를 하는 거냐"라며 야단을 치고 "생각조차 하지마라. 그게 상대를 도와주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만류했을 게 분명하다. 단 한마디, 단 한 통의 전화만 했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이 실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불법으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은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지옥으로 상대를 이끄는 것이다. 더군다나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엄중하게 자신과 주변을 돌와봐야 한다. 이번 일이 나를 비롯한 동료들에게 아픈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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