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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12월이 시작되다 본문

일상

12월이 시작되다

달빛사랑 2021. 12. 1. 00:38

 

12월은 세찬 바람 속에서 열렸다. 어제 종일 내린 비와 함께 찾아왔던 을씨년스러운 바람은 오늘은 습기를 걷어낸 채 다시 이곳을 찾았다. 이런 날이면 청사를 배회하며, 직원들의 손길을 갈구하던 고양이의 안부가 걱정이 된다. 누군가가 키우다 버렸을 게 분명한 녀석은 직원들을 보면 먼저 달려와 다리와 다리 사이를 뱅뱅 돌며 온몸을 비벼대곤 했다. 추운 날이면 녀석은 대개 현관 앞 양지바른 곳에서 게슴츠레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오고 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출근길에도 산책할 때도 보이지 않아 걱정했는데, 점심 먹으러 가는 길, 광장과 인도를 구분하는 관목 사이에서 "야아옹~" 하면서 펄쩍 튀어 나타났다. 나를 보자마자 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켜고는 예의 그 게슴츠레한 눈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녀석의 얼굴과 등을 쓸어주었다. 반가웠다. 다행이었다. 털과 얼굴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건강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다. 돌봐주는 사람 없이 홀로 이 겨울을 통과하려면 녀석은 숱한 시련을 마주해야만 할 것이다. 겨울비 내리는 날, 눈 내려 쌓이는 날,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고 거리에는 사람의 왕래가 뚝 끊겨 버린 날, 녀석은 생사를 넘나드는 숨가쁜 시간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나는 녀석이 뻔뻔해졌으면 좋겠다. 서슴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손길을 요구하고, 현관을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요구했으면 좋겠다. 생존 앞에서 자존심 때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녀석은 그럴 수 있는 생존력과 명석함을 지녔다. 살아 있는 모든 생은 아름답다는 것을 녀석을 통해 확인한다. 녀석의 12월은 어떤 색일까. 녀석이 이 겨울을 무탈하게 견딘 후, 나와 더불어 꽃 피는 봄을 맞게 되었으면 좋겠다. 

 

 

두어 달 동안 정신없이 매달렸던 경인일보 인천이야기 전집이 마침내 완성되어 오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완성된 책들의 의장을 보니, 교정하기 위해 들고다닐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이 의미 있는 전집이 인천의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는 데 크나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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