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갈매기는 확실히 참새방앗간이야 본문
후배의 연극 공연을 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공연은 다음 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마지막 공연을 보기로 했다. 공연 관람에도 다소의 의무감이 작동한다. 인간관계는 그런 것이다. 상대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한다는 정서적 품앗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청소하고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책을 읽었다. 소설 『듄』은 5권을 읽고 있다. 18권으로 나왔던 책을 6권으로 묶어 재출판했기 때문에 4권까지 읽었다면 보통의 소설 12권 정도를 읽은 셈이다. 재미가 없었다면 5권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인문학적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와 사회, 권력과 종교, 사랑과 배신, 집단과 개인, 과학과 미신, 생태학, 범신론과 유일신론 등 다양한 인문학적 주제들을 포괄하고 있었다. 5권을 펼치고 ‘듄의 이단자’를 읽어가고 있을 때 전화를 받았다. 후배 은준이였다. 감기에 걸렸는지 코맹맹이 소리였다. 그리곤 갑자기 “형, 혹시 ○○ 시인 아세요?” 하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는데, 장은 항상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끝도 없이 이어간다. 외로워서 그럴 것이다. 결국 이른 시간이지만, 갈매기에서 만나기로 하고 읽던 책을 덮었다.
5시쯤 갈매기에 도착했다. 은준이는 이미 와 있었고, 맞은 편에 혁재가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약속이 있던 조구 형이 들어 오셨고, 퇴근길에 들른 후배 정균이, 회의를 위해 들른 후배 손병걸, 심명수, 조혜영, 이병국, 조혁신, 문종필 등 작가회의 회원들(10명)까지, 아무리 갈매기가 참새방앗간이라고는 하지만, 오늘처럼 많은 사람을 사전 연락 없이 대거 만나기는 드문 일이다. 인사하기가 숨 가쁠 지경이었다. 별실에 있던 작가회의 후배들이 불러 잠깐 그 자리에 합류해서 안부를 나누었다. 송명섭 막걸리 두어 병을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나오기 전 급히 먹은 라면이 탈이 났는지 속이 좋지 않았다. 홀에 있던 일행들에게 인사를 하고 일찍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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