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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안개와 동행한 출근길 본문

일상

안개와 동행한 출근길

달빛사랑 2021. 1. 22. 01:05

 

 

이른 아침 집을 나설 때 도시는 안개에 싸여 있었다. 막 도시로 진입하는 안개인지 밤새 이곳을 감싸고 있던 안개가 비로소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소한을 지나 대한 직전까지 이어지던 혹한에 잔뜩 몸을 움츠려온 도시 곳곳에는 허전한 여백이 생겼을 터인데, 안개는 그 헐거워진 도시의 틈새마다 깊고 집요하게 스며들었을 것이다. 도시가 크게 기지개를 켜고 움츠렸던 몸을 다시 이완시키기 전까지 안개는 수시로 찾아와 도시를 감싸고 우리의 삶터 위를 배회하겠지. 안개와 몸을 섞은 도시인들은 안개의 아이를 몸속에 키우고 더러는 몸속에 뿌리내린 안개의 입자로 인해 불편한 입덧을 서너 차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개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모든 걸 품는다. 안개의 신명이 고조될수록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의 경계는 흐려지고 어느 순간 문득 모든 사물과 생명은 저마다 고립된 하나의 섬이 된다. 그럴 때는 안개의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각자가 있는 곳에서 잠시 숨을 골라야 한다. 섣불리 흐려진 경계의 고리를 잇기 위해 더듬거리다가 치명적인 낭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안개의 천적은 시간, 더뎌도 한결같은 빛은 걸음걸이는 빗자루로 눈을 쓸 듯 안개의 본진을 치밀하게 도시 밖으로 밀어낼 테니까. 나와 출근길에 동행한 안개는 오전 내내 내 주위를 맴돌다가 점심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물러갔다. 안개가 물러간 자리마다 미세먼지가 가득해 도시는 여전히 무채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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