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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그래도 힘들 때는 가족이 최고지 본문

일상

그래도 힘들 때는 가족이 최고지

달빛사랑 2021. 1. 24. 01:08

 

큰누나는 부드러운 고급 이불을 사서 택배로 보냈고 작은누나는 오래된 필립스 제품을 버리고 새것을 쓰라며 스테인리스로 된 크고 예쁜 테팔 토스터를 사서 보냈다. 이불은 작년 겨울, 새로 산 게 있었지만, 누나가 보내준 것으로 갈아 덮기로 했다. 토스터는 아침 거르지 말고 빵이라도 먹고 출근하라며 보낸 것이다. 사실 누나들 생각과는 달리 나는 비교적 제대로 갖춰놓고 식사를 하는 편이다. 엄마가 계실 때도 내가 먹을 건 주로 내가 직접 조리를 해서 먹곤 했다. 물론 엄마가 계실 때는 엄마와 함께 먹기 위해 영양이나 건강에 신경을 써서 노인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로 만들었다. 누나들은 내가 매일 라면이나 끓여 먹고, 반찬 한 개 덜렁 놓아두고 일식(一食) 일찬(一餐)의 식사를 하리라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나는 최소한 국, 젓갈, 김, 김치, 무침이나 조림 등 너덧 가지 이상의 반찬을 놓고 식사를 한다. 밥도 엄마와 함께 먹어야 해서 항상 잡곡밥을 지었다. 내가 국수나 냉면, 라면과 칼국수를 자주 먹는 것은 귀찮아서가 아니라 면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실상 라면을 제외하면 그러한 음식을 만드는 데 오히려 손이 많이 간다. 나는 엄마를 닮아 손끝이 야무져서 제 끼니는 물론 살림을 깔끔하게 해결하고 유지할 수 있다. 혼자 사는 홀아비의 군색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들의 이런 배려는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가족이기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것이고 가족이기 때문에 배려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평소에 우리 형제들이 살뜰하게 챙기고 많은 대화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건 마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성격 때문일 것이다) 큰일이 있을 때는 단단하게 결속한다. 내가 보증을 잘못 서서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을 때도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애써준 것도 동생과 누나들이다. 물론 내가 형편이 좋았을 때는 나 역시 누나와 동생의 어려움을 챙겨준 건 당연한 일이다. 당시 가족이 없었다면 엄마도 나도 그 끝 모를 고통의 심연에서 벗어나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당시에는 어렸기 때문에 관계가 소원했던 아들과의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복원되었다. 오히려 지금은 가끔 아들에게 용돈도 받고 위로도 받는 행복한 아비가 되었다. 엄마가 생전에 가족의 화목을 그렇게 강조했던 것도 아마 가족의 이런 힘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내가 있다. 자애로운 누나들과 믿음직한 동생과 아들, 조카들과 더불어 엄마가 하늘에서 보시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화목하게 지내볼 생각이다. 누나들 잘 쓸게요. 그리고 홀아비 티내며 구접스럽게 살지 않고 폼나는 장년의 삶을 꾸려갈 테니 걱정 말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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