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엄마와 꿀 본문
어제 후배에게 받은 꿀을 엄마에게 드리며,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좋은 꿀이니 아침저녁으로 한 숟가락씩 꼭 잊지 말고 드시라고 과장을 섞어서 말씀을 드렸더니 “그래, 꼭 그러마.”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꿀의 실제적인 효능과는 무관하게 플라세보 효과도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엄마를 챙기는 후배의 도타운 정이 고맙다. 최근 들어 현저하게 기력이 떨어지신 엄마가 후배의 정성 때문에라도 겨울을 무탈하게 통과하셨으면 좋겠다.
종일 시작(詩作) 생각만 골똘히 했지만 좀처럼 생각이 정리되질 않아 영화만 봤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보내온 자가격리 소식과 방역 당국이 보낸 격리 물품 사진을 받았다. 심심했기 때문에 문자와 사진을 보냈을 것이다. 바쁠 때는 단 며칠만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던 사람들인데 막상 타의에 의해 격리 생활을 하게 되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양이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라서 일정 기간만 칩거하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갈매기 사장도 내심 불안했던지 나에게 전화를 했다. 격리 중인 사람들과 나도 밀접 접촉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확진자와는 직접 접촉한 일이 없고, 나와 접촉했던 사람들 역시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진 않지만, 만에 하나 그들 중에 누군가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 나도 검사 후 격리에 들어가야 하고 일주일에 두어 번 들렀던 갈매기 역시 방역 대상에 들어갈 수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저녁이 되면서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무척 추워졌다. 뉴스를 보니 오늘 오후 9시를 기해 한파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한다. 청와대 앞에서 단식 중인 후배 송경동 시인을 비롯한 농성자들의 안위가 걱정된다. 거대한 권력을 손에 쥐어 줬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무능한 정부 때문에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리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혹독한 시간을 견뎌야 하는지,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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