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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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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부지런한 교활과 게으른 평범

달빛사랑 2020. 12. 30. 00:13

 

부지런한 교활과 게으른 평범 중에 어떤 것이 더 이 세계에 치명적인가. 교활은 자주 창조하고 도전하고 많은 결실을 취한다. 평범은 대개 타성에 젖거나 현실을 추수한다. 교활은 교묘하게 자신의 세상을 구축하고 이익을 재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 교활의 명민함은 자신의 시스템이 세계를 위해 이로울 것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착취를 제도화한다. 게으른 평범은 많은 것을 잃고도 자기 탓으로 여긴다. 교활의 성과가 가끔 세상을 자극한다. 그것을 발전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하다. 평범한 이들의 화평주의는 곧잘 악의 성과를 추인해 준다.


그해 겨울 이맘때 내 곁에는 홍은동 천사가 있었다. 가슴 속에선 감당할 수 없는 벅찬 감회가 솟구쳐 올랐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가진 것이라고는 오래된 위염 증상과 몇 권의 책들이 전부였으나 충분하게 아름다웠다. 사랑에 관한 빛나는 아포리즘을 밥 먹듯 술 먹듯 만들어 냈다. 천사가 있었고 푸른 상상력과 붉은 신념과 뜨거운 가슴과 시가 있어 행복했다. 아버지에겐 힘이 있었고 계획이 있었다. 어머니에겐 포기할 수 없는 기대와 고단한 일과 묵묵부답이었지만, 하나님이 있었다. 친구들은 명민했고 선배들은 용감했다. 바람은 매서웠고 시대는 미쳐있었다. 술과 방황과 감상과 시와 논쟁과 사랑과 그만큼의 분노와 애인이 있었다 ‘그해 겨울’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모든 겨울마다 그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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