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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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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신포동에서 후배들과 만나다

달빛사랑 2020. 6. 12. 23:36

 

고교 후배이자 재단 직원인 김과 인천일보 기자이자 작가회의 후배인 소설가 조를 만났다. 김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만남이었지만 그간 SNS를 통해서 지나치게 비루한 삶의 모습을 호소해왔던 조를 꼭 한 번 만나 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페북에 너무 냉소적인 글을 올려놓았길래 아래와 같은 답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음, 요즘 너의 포스팅을 보면 의식의 흐름이 아슬아슬해. 이전의 발랄함과 유쾌한 비틀기가 보고 싶은데, 요즘은 뭔가에 단단히 화가 나 있는 모습, 지나치게 냉소적인 모습만 자주 보게 되어 안타깝구나. 특히 ‘좌파 쓰레기’ 운운하며 그 ‘쓰레기’들과의 선 긋기를 이리도 신랄하고도 요란하게 하면 ‘자연인’으로 살겠다는 너의 소망이 누가 믿어 주겠니? 그리고 ‘전*조 좌파’와 같은 표현은 ‘표면만 보지 말고 이면을 보자는 신중한 너의 제안’과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나름 진정성을 갖고 교육 운동에 매진하는 많은 동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가끔 적들의 공격보다 우군이었다 갈라선, 다시 말해서 ‘한때의 동지’들이 던지는 비난과 공격이 훨씬 더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고통도 두 배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김문수와 이재오, 진중권과 같은 위인들이 바로 그러한 인물들이다. 나는 후배가 받은 상처가 어떤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후배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게 될까 봐 걱정이다. 명민한 소설가인 후배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와 서운함을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것이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후배를 만나고 싶었다. 내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후배들은 나의 진정성을 이해했고 앞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고쳐보겠다고 약속했다. 실천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일단은 고마웠다. SNS에 올라오는 글은 즉자적인 감상의 표백인 경우가 상당수다. 따라서 그 글이 매우 적실하고 절절해 보여도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결코 미칠 수가 없는 일이다. 얼굴을 마주 보고 술 한 잔 마시면서 서로 진심을 확인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오늘 다시 한번 그것을 느꼈다.

 

늘 가는 ‘신포 옛골’에서 도미회를 먹고 근처 ‘흐르는 물’에 가서 음악을 들었다. 그곳에서도 서너 명의 후배들이 우리 자리로 와 인사를 했다. 단골집에서는 이런 뜻하지 않은 만남이 잦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동석한 술친구들과 맘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고 취기도 적당한 채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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