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일요일, 청량한 바람이 방안에 오래 머물다 간 본문
여전히 더웠지만, 청량한 바람 한 줄기 방안으로 들어와 한참을 머물다 가곤 했다. 옥상이 있는 2층 단독주택은 한낮의 태양열에 달구어진 시멘트 옥상의 열기 때문에 밤에도 낮처럼 덥다. 에어컨이 없으면 잠을 자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에어컨 없이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바람 때문이다. 제집처럼 방안으로 들어와 지치고 잠든 사물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고 가던 시원한 저 바람 때문이다. 한여름 날의 바람은 온풍기 바람처럼 뜨거운 법인데 오늘 만난 바람은 마음만 뜨겁고 손끝은 청량한 고마운 바람이다. 이런 바람을 식구처럼 방안에 들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입맛이 없다시며 엄마는 아침부터 죽을 끓여 드셨다. 마음이 불편했다. 시장에 가서 차돌박이 3팩과 대패삼겹살 1팩을 샀고, 호박죽과 잣죽, 봉지에 든 추어탕도 넉넉하게 사왔다. 눌은밥을 잘 드시는 엄마를 위해 명란젓과 오징어젓, 갈치속젓도 샀다. 양배추, 애호박 등속의 채소류와 두부, 라면, 계란, 미역줄거리, 어묵, 떡국 떡, 순두부 등등도 샀다. 오랜만에 넉넉하게 장을 봤다. 족히 열흘은 견딜 양이다. 젓갈들은 조금 더 오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급받은 재단지원금 중 13만4천 원을 썼다.
경인일보사에서 발간 예정인 <독립운동과 인천> 시리즈의 목차를 정리하고 집필 방향을 가닥 잡아서 다인아트 윤 대표에게 전화와 문자로 보내주었다. 비교적 수월한 글빚 하나 해결한 셈이다. 기자들이 직접 작성했고 신문 지상(紙上)에 게재됐던 글들인데도 교정해야 할 내용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방지들은 따로 교열부서를 두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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