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을 염장(鹽藏)할 것도 아니고

단골술집에서는 ‘술집 사장이 권하는 안주를 절대 먹지 말라’는 오혁재 군의 당부를 어겼다가 낭패를 보았다. 딱히 홍어를 먹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안주 없이 술을 마시던 나를 보고 “홍어 조금만 썰어줄게 먹을래?”라는 주인장의 말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서비스로 주겠다는 말로 오해했다) “그래요. 그럼.” 했던 것인데, 안주는 ‘조금만’이 아니라 원래의 양만큼 나왔고, 나온 홍어도 너무 짜서 입안이 얼얼할 정도였다. 더불어 나온 묵은 김치 역시 짠데다가 소금에 절여 나온 것 같이 짜디짠 홍어를 섞어 먹었으니 입 안에서 소금 전쟁이 벌어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혼자 가서 술을 마실 때 2만 원이 넘는 안주를 시킬 경우, 민어를 제외하면 대체로 반 이상을 남기곤 한다. 술 마실 때 안주를 공격적으로 ‘흡입’하는 안주빨 지존도 아닐뿐더러 보통 2만 원이 넘는 안주들은 두 사람 이상을 염두에 둔 양이기 때문에 혼자 먹을 경우 남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혼자 술을 마실 때는 대체로 두부부침이나 김치전 등속을 먹곤 하는데, 사실 이것들도 다 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무튼 홍어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접시에 오른 홍어에 대한 예의상 몇 점을 집어 먹긴 했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견디다 못해 내가 “형, 이거 너무 짜서 못 먹겠어. 차라리 남은 것은 튀겨주면 안 돼?”라고 했더니 “그렇게 짜다고?” 하며 몇 점 집어 먹어 본 주인장은 “어, 정말 그러네. 왜 이렇게 짜지?”하며 남은 안주 대부분을 다시 가져가 튀김옷을 입혀 튀겨 내왔다. 튀긴다고 짠 맛이 없어질 리는 만무했지만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서너 조각은 꾹 참고 먹었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내 내장을 염장(鹽藏)할 것도 아니고…… 죽을 뻔했다.

 

혹시 조구 형을 볼까하고 갔다가 단체손님들이 들어차기 시작해서 일찍 일어났다. 술값으로 현금 2만 원을 지불했다. 원래 나오는 양의 반 정도를 생각했고 안주 값도 만 원만 낼 생각이었는데, 본래의 양만큼 나왔기 때문에 그냥 2만 원을 다 냈다. 앞으로 단골술집에서 홍어를 먹기 전에는 반드시 염도를 확인하고 먹어야 할 것 같다. 일행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3만5천 원짜리 아귀수육을 먹었을 텐데……. 비싸긴 하지만 일단 술안주로서는 최고이고 둘이서 먹기에도 적당한 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