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먹꽃처럼 번지다 본문
내가 방에 틀어박혀 일 하는 동안 엄마는 무려 두 시간이 넘도록 코피 때문에 코를 쥐고 계셨다. 코를 쥔 엄마의 마른 손가락이 위태로워 보였다. 코를 막은 휴지 위로 핏물이 먹꽃처럼 번졌다. 누우면 핏물이 목으로 넘어가서 내내 식탁에 앉아 계셔야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서 가만히 옆에 앉아 지켜볼 뿐이었다. 엄마가 장복하는 약의 목록에 얼마 전 혈전용해제가 첨가되었다. 임상실험하듯 처방을 하곤 하는 로보트 같은 담당의사가 떠올랐다. 왠지 모를 짜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한참을 그렇게 정물처럼 앉아 있던 엄마는 조금 전에야 비로소 서러운 아기처럼 잠이 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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