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오늘은 대서(大暑), 택배를 받다 본문
오늘이 대서(大暑)였구나. 다음 달 초 말복(末伏) 지나면 며칠 후가 입추(立秋)고 또 한 두어 주 지나면 처서(處暑)일 테니 여름 더위라고 해봐야 이제 한 달이 고비다. 세월 참 빠르네. 아무튼 오늘은 대서라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무척 덥다고 느꼈다. 선풍기는 열일하고 있지만 할아버지 전립선처럼 그저 안쓰럽고, 시멘트 테라스는 땡볕에 달궈져 열어놓은 문 안으로 뜨거운 열기를 연신 보내고 있네. 에어컨 바람 아래 결가부좌 하고 느린 동작으로 흘러가는 주변 사물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몽혼약(曚昏藥)에 취한 듯 더위도 머릿속도 아득해진다. 그렇게 나무늘보처럼 늘어지는 오후의 시간 속으로 택배가 하나 배달되어 왔다. 후배가 보내준 (것으로 추정되는), 손질해서 포장한 자반민어 6마리. 박스를 전해주던 배송기사의 이마에 민어의 눈알 같은 땀방울들이 송공송골 맺혀있었다. 대서(大暑)였던 오늘저녁, 엄마와 나는 두 마리의 민어를 굽고 졸였다. 모자(母子)의 이야기가 또르르 굴러다니는 소박한 식탁 위로, 현실적 여름 속의 비현실적 풍경들이 느린 화면으로 지나갔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철의 흔한 일상 (0) | 2019.07.25 |
---|---|
연대의 힘을 확인한 성폭력 관련 집담회 (0) | 2019.07.24 |
영화 '라이언 킹'을 보다.. 궁금한 건 못 참거든 (0) | 2019.07.22 |
비오는 일요일, 엄마와 함께 교회 갔어요 (0) | 2019.07.21 |
후배들의 전시 및 공연 관람(송도 트라이보울) (0) | 2019.07.20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