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비오는 일요일, 엄마와 함께 교회 갔어요 본문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방 청소를 끝내고 거실로 나갔더니 엄마 역시 청소와 식사, 화장까지 끝내시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계시더군요. 아마 예배 보러 가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내고 집 나설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요. 나는 왠지 모르게 오늘 아침 기분이 무척 업 되어 있었어요. 아, ‘왠지 모르게’가 아니라 왠지 곧 알게 되었지요. 어젯밤 아들과 통화를 한 겁니다. 전화를 걸어온 아들이 “아빠, 잘 지내고 있어? 나 벌써 천만 원을 모았어. 적어도 이곳에 있는 동안 4천만 원은 모을 수 있을 거 같아.”라고 말을 했던 겁니다. 나보다 부자인 아들을 두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들이 할머니와 길고 진한 통화를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더욱 기뻤습니다. 나도 “와아, 장하구나. 그래 열심히 모아 봐. 그리고 아빠한테는 안 해도 할머니에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전화 해.”라고 말했고, 아들이 “응, 알겠어.”라고 대답한 걸 기억했습니다. 바로 그거였던 거지요. 그래서 주방에 가서 커피를 타면서도 중얼중얼 혼잣말로 노래도 부르고 엄마도 불러보고 그랬던 건데, 엄마는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씩 웃고 마시더군요.
비도 내리고, 기분도 좋고, 하여 엄마 모시고 교회를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다행히 교회를 오고 갈 때는 비가 내리질 않았습니다. 교회에서는 오랜만에 내가 아는 사람들을 위한 길고 진지한 기도를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엄마와 마트에 들러 반찬거리를 사왔지요. 비는 이내 그쳤습니다. 좀 더 많은 비가 내려주길 바랐지만, 바라는 것이 다 이루어지면 재미없잖아요.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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