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럼 유감

올 들어 인천문화포럼이 대폭 물갈이 됐다. 포럼 위원들도 대략 검증된 전문가들로 다시 꾸려졌고 분과의 명칭도 바뀌었다. 애초 포럼이 만들어질 때 ‘관제포럼’이라는 힐난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전임 시장의 문화영역으로의 광폭 행보 속에서 급조된 조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포럼의 발생론적 근거와는 무관하게 몇몇 건강한 위원들의 선진적인 활동은 포럼의 성격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시장의 의도야 어떻든 ‘열린 판’을 알찬 내용과 건강한 비판으로 채움으로써 (일종의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는) 의견그룹 역할을 일정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마 기존에 포럼 위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은 최근에 보이는 포럼의 변화에 대해 호불호가 나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위원으로 재위촉 되지 않은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는 몸이 가벼워진 포럼에 대해 오히려 더욱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논의의 효율성도 많이 제고될 것 같고 실현가능한 아젠다 또한 많이 제출될 것이라고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분과는 예술창작분과,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창작’이란 단어가 보이길래 두 말 않고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림’하고는 많이 달랐다. ‘창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시종일관 지원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기 때문이다. 요즘 기획자들이나 단체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예술가들은 조만간 모두 고사할 운명에 처해진 듯 보인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전혀 예술가를 보호해 주지 않던 시절, 오직 예술가로서의 자존 하나만 마음에 품고 힘겨운 시간을 통과해 온 예술가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많이 좋아진 게 아닌가? 이런 말을 하면 아마도 젊은 기획자 출신 위원들은 나를 ‘꼰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려주면 될 일이고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만 선취하면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무리 관으로부터의 지원이 당연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그러한 지원은 시민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고 하더라도, 지원이 아니면 허다한 예술가가 다 고사하고 예술창작은 지지부진해질 거라는 ‘엄살’에는 공감할 수가 없다. 확실히 나는 늙은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