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일 본문
오전에 다인아트에 나가 교정지를 받고 하루 종일, 엄살이나 수사 없이 정말 하루 종일 교정지와 씨름했다. 내가 분명 오타와 비문을 수정해서 보냈는데, 오늘 받은 교정지에는 내 교정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2차 교정 책임자인 류 선배의 게으름 때문이거나 다인의 착오 때문일 것이다. 7~8 시간이 넘게 작업한 것이 도로(徒勞)가 되었다는 걸 확인하는 일은 무척이나 짜증스러운 일이다. 류 선배나 후배 장이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은 약속이다. 그들은 그러한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조건으로 엄청난 보상을 약속받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엄살을 부릴 일은 결코 아니다. 책임감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회장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로 서너 시간이 넘은 동안 교정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지독한 집중력이고, 그래서 다소 무서운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척박한 인천의 목재계에서 그토록 멋진 프론티어의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회장은 나를 구월동 석촌사거리 근처까지 자가용으로 데려다 주었다.
회장과 헤어진 후 전화통에 불이 나도록 연락을 해 온 호형이와 영철이를 만났다. 참 좋은 나의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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