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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24세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며 본문

일상

24세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며

달빛사랑 2018. 12. 14. 21:00

24세의 청년이 작업 중에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청년의 주검은 4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비로소 발견되었다고 한다. 온 나라가 이 청년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 슬픔과 동시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의 죽음은 결코 우연(偶然)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이 초래한 예고된 죽음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타살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청년은 정식 직원이 아닌 하청업체에서 파견한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회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본래 21조로 근무가 이루어져야 하는 현장의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청년은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홀로 하다가 죽음을 당한 것이다.

 

사실 작금에 접하는 애먼 죽음의 소식들은 청년의 경우만이 아니다. 이 땅의 많은 노동자들이 이 추운 겨울에 거리에서 노숙하며 농성을 하고, 수십 미터 고공이나 굴뚝으로 올라가 인간 최소한의 조건을 인정받기 위해 사선을 넘나들며 투쟁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병으로 죽고, 과로로 죽고, 간혹 자신들의 상황을 알아달라며 분신을 하거나 투신을 한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50년이 지났지만 노동자들의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보수정치세력들은 저마다의 당리당략을 위해 왜곡하고 활용하고 가끔은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혁명을 바탕으로 태어난 현 문재인 정권에 대해 나를 비롯한 많은 양심적 시민들은 크나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정권 출범 당시에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보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많은 국민들은 탈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과 그의 거침없는 평화 통일에 대한 실천들에 대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그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그러나 착한 지도자가 좋은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착한 성정이 정부에 대한 냉정한 비판을 가로막고 실정조차 한숨으로 묵인해 주는 역효과를 낳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과연 저들이 촛불혁명의 주역들이었나 의심을 할 만큼 민의와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적폐청산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이 또 하나의 적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퇴행의 중심에 교만해진 참모들과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자들인 소위 문빠가 존재하고 있다.

 

문빠들은 24살 청년의 죽음에 대해 청년 개인에게는 무척 슬프고 불행한 일이지만 그게 어디 대통령의 책임이냐.”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러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많은 시민들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발언을 들으며 우리는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박근혜의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아이들을 죽게 만든 것도 아닌데 왜 자꾸만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냐라며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한 직무유기와 문빠들의 책임회피가 과연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정말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란 한 방에 훅 간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원한 것이 아니다.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 속에서 이러한 경험을 숱하게 했으면서도 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권력의 달콤함이 그들의 바른 판단력을 가리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초심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엇이 이 꿈 많은 청년을 허무한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를 냉정하게 돌아보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다시 또 대충 수습하며 분노한 민심이 가라앉기만을 바란다면 그들 또한 전 정권의 전철을 되밟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대통령도 외유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면서 헤이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르게 세워야 할 때다. 한 번 떠난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국민을 자기편으로 확보하지 못한 권력의 끝이란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했는가. 그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청년의 명복을 빈다. 부디 차별과 억압이 없는 하늘에서 이제는 편히 쉬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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