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눈발 날리다 본문
아침에 일어나니 눈발 날리다. 간발의 차이로 교회 가신 엄마가 걱정돼 아침부터 마음이 끓는 냄비처럼 불쑥 돼 괜스레 빨래하고 소용이 닿지 않는 청소를 하고 안 보던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얄밉게 더디 가고, 걱정은 태산처럼 쌓여 가는데 엄마는 오지 않고, 나는 허기도 잊은 채 자리에 누워 명하니 시계 바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모시러 가야할까, 아니야 누나가 함께 갔으니 별일이야 있겠어, 그래도 혹여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별에 별 생각을 사서 조형하면서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온몸을 방한복으로 칭칭 둘러 싼 작은 고치 같은 엄마의 얼굴이 현관에 나타났다. 휴우~! 긴장이 풀리고 몰려오는 안도감, 지금도 이럴진대 시간이 지나고 엄마가 하늘의 부름을 받고 지상의 삶을 정리하면 고아가 된 그때의 나는 도대체 그 허허로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다행히 눈은 생색만 냈을 뿐 엄마가 돌아오는 길에는 흔적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게 많은 하루였다. 오, 오! 뷰디플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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