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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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억은 도망 중

달빛사랑 2018. 12. 5. 21:00

점점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다. 기억은 맹렬하게 도망 중이다. 좋은 기억과 더불어 나쁜 기억도 시나브로 희미해지곤 해서 기억의 망실이 나에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일상에서의 겪게 되는 사소한 건망증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익숙한 배우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많은 시인들이 젊은 시절의 시적 성취를 재현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인에게 있어 상황이나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단어가 그때그때 떠오르지 않는 것은 무척이나 곤혹스런 일이다. 나이가 들면 아이처럼 되는 이유는 아마도 어른의 말을 하나씩 잃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머릿속에 아이의 언어만이 남았을 때, 다시 말해서 어른의 말과 기억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가장 무구하고 순진한 성정을 갖게 되겠지만 그때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무구함이 가족들에게는 가슴 아픈 상황으로 전화되기도 하고……. 삶의 비극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도망가는 기억을 잡아놓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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