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다시 또 7월을 마감하며 본문
폭염은 오늘도 예외 없이 그악스러웠다. 바람도 불지 않는 한낮의 거리는 마치 사우나 속 같았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짜증과 힘겨움으로 일그러져 있다. 만약 이 혹독한 시간이 저물지 않고 오래 계속된다면 인심은 고약해지고 사소한 다툼이 끊이질 않을 것이며 궁극으로는 폭동이 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인내심은 임계점에 다다랐다. 최고 기온은 나날이 경신되고 있다. 내 인생에 가장 혹독한 여름이란 생각이다. 내 몸이 더위에 맥을 못춘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았지만 이번 여름을 통해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맥을 못추는 정도가 아니라 초주검이 된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다는 말이다. 그런 마뜩찮은 깨달음 속에서 다시 또 7월을 보낸다.
7월은 내게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달이다. 요즘처럼 봄가을이 없는 아열대 기후에서는 6월부터 더위가 찾아오지만 나에게 여름은 7월부터다. 6월의 더위는 늦봄의 더위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7월이 간다는 것은 여름의 끝이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쉬울 것은 없다. 만약 아쉬움이 있다면 7월이 저물기 때문이 아니고 내 몫의 여름 중 다시 또 하나의 여름, 다시 말해서 내 몫의 시간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일 뿐이다. 냉정한가? 할 수 없다. 계절은 저마다 맡은 바 소임이 있겠지만 그 계절 속에서 내 몸이 무기력해지고 내 의식이 혼미해진다면 어쩌겠는가. 나를 더욱 깊고 넓게 만들기 위한 자연의 의도된 훈련이라고 이 혹독한 7월의 시간을 미화할 의도가 나는 전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좀 더 완화된 심성, 배려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온다면, 다시 7월을 사랑할 용의가 내게는 있다. 잘 가라. 7월. 돌아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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