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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하찮은 대화-운유당 서신 본문

일상

하찮은 대화-운유당 서신

달빛사랑 2018. 2. 18. 23:03

오전 11, 김밥 한 줄, 책 서너 권 챙겨들고 산에 오른 후, 5시가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비빔국수를 만들 거란 말을 했지요. 칼칼하게 콩나물국도 끓일 거란 말도 했고요. 나는, 비빔국수는 면발의 탄력이 중요하니 너무 오래 끓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을 했지요.

 

하루가 다 가도록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우리가 저물녘이 되어서 나눈 대화란 고작 이렇게도 하찮아 보이는 대화였지요. 그러나 나는 그것이 결코 하찮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당신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줄 상대가 된 거니까요.

 

나는 언제나 하찮은 이야기 속에 담긴, 당신이 말하려고 하는 숨은 의미들을 읽어내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신념, 수줍음, 망설임, 그리고 지향 있는 사랑이, 하찮게 주고받은 모든 단어들의 자음과 모음 사이에 비빔국수 양념처럼 스미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찮게 보아주니 얼마나 편한지요. 하찮은 척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다리는 비는 오늘도 이곳에 닿지 않았습니다. 비를 기다리는 기다림만은 결코 하찮은 기다림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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