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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친구 어머니 고단한 삶을 벗어나다 본문

일상

친구 어머니 고단한 삶을 벗어나다

달빛사랑 2017. 11. 9. 23:30

다시 또 부고. 고등학교 동창 김상훈의 모친이 20여 년이 넘는 휠체어 생활을 마감하고 영면에 들었다. 8, 친구들과 함께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오랜 병치레를 하는 동안 상훈이네 가족은 형제와 부부 사이에 적잖은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이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사지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환자의 병 수발을 온전히 감당할 자식과 며느리가 얼마나 되겠는가. 상훈이 아내의 표정이 무척 밝아보였다. 남은 가족들의 표정에서도 안도와 후련함을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주인 상훈이가 동창회는 물론이고 등산모임과 낚시모임, 약사들의 모임 등, 다양한 모임에서 열정적으로 일했던 친구라서 그런지 널찍한 빈소가 조문객들로 북적였다. 사실 우리 나이가 되면 빈소에 찾아오는 조문객의 숫자를 통해 그 사람의 사회생활이 어떠했는가를 타산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설사 구면이라 하더라고 자신의 경조사나 동창들의 경조사에 전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온 친구들의 부고는 자연스럽게 외면하는 게 인지상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조문을 가면 늘 낯익은 동창들만 만나게 된다.

 

물론 간혹 자신의 부모가 위독하다거나 자녀들의 결혼이 임박했을 때 동문회에 슬쩍 참석해서 얼굴 도장을 찍는 친구들이 있긴 하다. 예전에 나는 그렇게 만난 친구들의 경조사도 빼놓지 않고 챙겨왔는데, 요즘에는 관계의 친소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하여 참석하곤 한다. 큰 일을 앞둔 그 친구의 마음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지만, 경조사 참석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품앗이다. 자신의 품은 보태지 않고 남의 품삯만 요구하는 것은 여간 밉살스러운 일이 아니다. 냉정해진 세태에 나도 편승하고 있는 것일 게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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